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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 러대통령 딸 타치아나 아버지 재선위해 팔걷고 나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어느 나라나 선거에 나선 후보에게 가족,특히 자식은 「특급 참모」다.「특급 참모」들의 활동은 각양각색인데,오는 6월 대선을 앞둔 러시아에서는 요즘 재선을 위해 힘겨운 승부를 하고 있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딸 타치아나(37)가 유 권자의 마음을 조용히 파고들고 있다.
옐친의 두 딸 중 맏딸로 두 아들(15세,6개월)의 어머니,인공위성 랑데부 궤도 계산 담당 엔지니어로만 알려졌던 그녀는 약 한달 전부터 비로소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나는 어디에나 있어요.아버지에 대한 지지가 약하거나 없는 곳이면 어디나 가죠.』 비록 공식 직책도 없지만 아버지의 공조직이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하거나 손을 대지 못하는 일이 다 그녀 몫이다.
4일의 1백만명 옐친 지지 서명도 그녀의 최종 확인을 거쳤다. 서명 기간 중 선거본부에서 혹시 가짜가 끼어들어 근거없는 낙관론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아버지 몰래 필적 담당 전문가와 함께 표본으로 뽑은 서명인들의 집을 일일이 찾아가 확인한 것.
옐친의 공식 측근들이 직언(直言)하기 어려운 대목들도 그녀 몫이다. 타치아나는 옐친이 주요 언론인을 단체로 만나는 것이 안좋다고 판단,『독대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관철해냈다.
옐친이 너무 밝고 눈에 띄는 넥타이를 매지 못하게 한 것도 그녀다.보수적인 아버지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는 부인.자식들이 정치에 끼어드는 것을좋지 않게 생각한다.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타치아나는 유권자들의거부감을 사지 않고 있다.그 이유는 그녀가 처음에는 선거에 나서지 않다가 아버지의 권유로 비로소 활동을 시작했고 ,선거 본부의 다른 팀원들과 마찰을 빚지 않으며 공개적이지만 조용히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의 여론이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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