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 4黨 자금지원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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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당 한 고위 당직자는 4일 오전5시쯤 쉰 목소리의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해온 사람은 수도권 위성도시에 출마한 정치 신인A씨.『지난번 지구당 개편대회때 8천명이나 온 걸 보지 않았는가.그런데 풀기(돈)가 다 말랐다.큰 것(1억원 ) 한 장은 안되더라도 그 반이라도,제발….』 수화기를 붙잡고 있는 후보의눈가에 풀기 대신 물기가 잔뜩 어린 목소리였다.「책임있는 당직자」는 『잘 알겠다.선처하겠다』는 말을 세번 네번 되풀이하고서야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이날 오전에만 전국 14명의 후보가모두 숨넘어가는 목소리로 자금지원을 호소했다.
빗발치는 자금지원 호소는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후보 입장에서는 투표일을 사흘쯤 남겨놓은 일.월요일까지는 막판 실탄(實彈)을 확보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구명 보트를 마련해놓기는 했으나 사람이 너무 많아 눈물을 머금고 일부는 밀어낼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각당은 현재 공식적으로는 특별지원금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법 때문이다.통합선거법이 첫 적용되는 이번 선거에서 법정 평균 선거비용은 8천4백만원.최소한 장부만이라도 맞춰놓아야 한다.그렇잖으면 법위반이고 당선무효다.당연히 각당은 비(비)장부를 하나씩 더 갖고 있다.여기에 대표.총재급의 주머니가 또 있다. 그래서 각당에 한명씩 있는 회계 총책임자는 이 장부 3개를 모두 꿰고 있어야 한다.누가 총액 얼마를 받아갔는지 알아야효율적 배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의 공식 선거자금은 3백억원이다.공천 확정후 평균적으로 1차 2천만원,2차 3천만원,3차 2천만원씩을 통장을 통해전국 후보들에게 지급했다.
선거를 전후해 신한국당에 들어온 돈은 6백억원대.관훈동 당사매각대금중 계약금.1차 중도금 1백70억원,지정기탁금 1백80억원,후원회비 30억원,국고보조금 92억원,사당동 서울시지부 매각대금 1백억원등이다.
당내에서 특별지원금 배분 내용을 아는 사람은 강삼재(姜三載)총장 한 사람뿐이다.
국민회의는 국고보조금 36억원.후원금 42억원등 78억원이 공식수입이다.이 돈으로 현역의원 48명에게 2천만원씩,원외 1백70명에게는 4천만~5천만원씩을 지원했다.
국민회의 특별지원금은 개인적 차원에서 이뤄진다.김대중(金大中)총재는 정당연설회에서 연설만 하는게 아니라 선거구 열기(熱氣)를 파악,가능성이 보이는 지역엔 나중에 별도 지원금을 보낸다고 한다.
자민련은 최근 사무처 국장 5명을 권역별로 내려보냈다.이들이분류한 싹수있는 지역구에는 총재 특별지원금이 내려간다.
흥미로운 점은 광주.전남.전북의 경우 전국구 안정권에 진입한이 지역출신 지대섭(池大燮).김광수(金光洙)씨가 후보들을 「물심양면으로 돕는다」는 것.중앙당 도움없이 「자력갱생」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고보조금 56억원.후원금 3억원.여의도 당사매각대금 20억원등 79억원이 가용재원의 전부다.적잖은 돈이지만 오너가 뚜렷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를 골고루 지원하다 보니 자금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한다.전체 후보 2백24명에 게 2천만원씩 지원해 벌써 47억원이 나갔다.나머지는 당 지도부 유세비용과 광고비등이다.이기택(李基澤)고문,전국구에 배정된 이중재(李重載)선대위의장등이 그나마 지역방문때 「약간액」을 내놓는다는게 후보들의 전언이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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