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만 된다면 얼굴에 칼 못 댈까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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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22면

한미파손스 김종훈대효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만난 이가현(25·가명)씨는 애써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이씨는 “초조해하지 말라”는 말에 담담하게 웃으며 “착잡하고 겁도 난다”고 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이씨는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 경영학과 출신이다. 평균 학점 3.7점, 토익 930점, 대기업에서 두 번의 인턴 경험, 중국어 회화 가능···.

<6> 최종 면접에서 번번이 낙방한 여대생

취업 준비생들이 말하는 소위 ‘스펙’으로만 따지면 흠잡을 곳 없는 좋은 이력이다. 게다가 성격도 활달하고, 교우 관계도 원만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약간의 노력만 하면 누구나 선망하는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이씨가 성형외과를 찾은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취업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는 올 상반기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대기업 네 곳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을 모두 통과했지만 번번이 최종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함께 면접 본 친구들은 외국어도 잘 못하고 대답도 머뭇거렸지만 붙었고, 나만 매번 떨어지다 보니 다른 데 원인이 있나 싶더라고요.”평소 취업 문제에 조언을 자주 해주는 세 명의 선배 모두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아마 외모 때문에 떨어지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얘기를 건넸다. 이씨는 ‘외모 업그레이드’를 심각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살부터 빼고, 여드름 흉터를 없애고, 코와 눈을 좀 시원하게 수술해 보라”는 선배들의 권유에 따르기로 한 것이다. 홍보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이씨로서는 대인 관계가 많은 직종인 만큼 외모가 취업에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던 터에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씨는 얼마 전부터 한약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남들이 추천하는 피부과에서 여드름 흉터 치료도 받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어 쌍꺼풀 수술과 눈 가장자리 트임 수술도 할 생각이다. 좀 더 또렷한 인상을 주기 위해 코도 높이기로 했다.

“처음에는 수술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부모님께서 반대하셨지만 제 심정을 이해하셨는지 성형 비용 일부를 지원해 주기로 하셨어요.”속상해하는 부모님 심정을 알기 때문에 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이씨의 마음은 편치 않다. 남의 얘긴 줄로만 알았던 취업성형을 한다는 생각에 자존심도 상하지만 취업에 성공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성형수술을 한다고 꼭 붙는다는 보장은 없겠죠. 그래도 주눅들지 않고 취업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 후회는 없어요.”


긍정적 이미지 개발에 노력하세요
홍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외모를 가꾸는 노력도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외모가 훌륭하다고 꼭 취업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본인에게서 긍정적 이미지가 풍겨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정신적 노력과 자신감도 중요합니다. 한쪽 팔이 없는 장애를 딛고 한국 최고의 마케팅 전문가로 성공한 KTF 조서환 부사장이 쓴 "모티베이터"라는 책을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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