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대가는 주한미군 역할 변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개입으로 독도 영유권 표기 문제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정부가 져야 할 부담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친구’로서 도와준 만큼 미국 측이 한·미 간 미타결 쟁점으로 남아 있는 현안의 해결에 보다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 대통령이 뭔가 ‘선물’을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당장 6일 서울에서 개최될 한·미 정상회담 때 미국이 어떤 주문을 내놓을 것이냐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데니스 와일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은 주한미군의 변환 문제는 물론 한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세계 다른 지역의 평화 구축 작업에 미국과 동참하는 문제 등 21세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변환(transformation)과 자이툰부대의 파병 연장,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같은 문제들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의제에 오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하나같이 민감한 사안들이다. 특히 해외 파병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 일정이 빠듯해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는 어렵고 큰 틀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측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일 경우 이를 외면하기 쉽지 않다.

우선 주한미군의 구조를 개편하고 동두천 등 전방에 배치된 미 2사단과 용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변환 작업에 대한 후속 조치가 만만치 않다. 한국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으로 전환되는 2012년까지 평택 미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미 측에 약속했다. 그러나 이미 공사 일정이 2∼3년가량 지연되고 있다. 부산의 하일리아 기지 등 미 측이 이미 반환 준비를 마친 부지도 한국 측이 환경 문제 등을 따지며 반환받지 않아 미 측이 곤란한 입장이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협상이 시작될 방위비 분담금 인상 문제도 간단치 않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고 미국과 지혜롭게 협상해야 할 현안들이다.

주한미군이 변환 작업을 마친 뒤 실천할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한국의 허용 수준도 중요 이슈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을 한반도에만 묶어두지 않고 동아시아는 물론 중동 등 국제 분쟁에 투입할 수 있다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다.

이와 함께 올해 말까지 이라크에서 철수하기로 된 자이툰 부대의 파병 기간을 연장하는 문제는 국내에서 많은 논쟁이 예상된다. 자이툰 부대는 그간 네 차례나 이라크 파병을 연장해 왔다. 정부 당국자는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 우리 병력을 재파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