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街頭시위중 사망-검찰,오늘 공개부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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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9일 오후6시30분쯤 서울중구을지로 6가 을지전화국 옆 천지호텔 앞에서 등록금인상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던 연세대생 노수석(魯秀碩.20.법학과 2년.광주시두암동)씨가 경찰에 쫓겨 인쇄소에 피신중 갑자기 쓰러져 국립의료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국립의료원 조덕연(趙德衍)원장은『魯씨가 119구조대에 실려올 당시 동공이 확대된 채 호흡이 멈춰 있었다』면서『정확한것은 부검을 해야 알겠지만 왼쪽 무릎과 오른쪽 손가락 네개의 찰과상외엔 별다른 외상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지검 고위관계자는『코안에 코피를 흘린 자국이 있을 뿐이어서 쇼크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魯씨가 도망가다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과잉진압여부도 조사중이다.
학생들은『魯씨 사망직전 경찰이 진압봉으로 시위대를 마구 때리는 등 과잉진압을 하고 있었다』며 경찰의 구타에 의한 사망이라고 주장했다.
민교협.전국연합등 재야단체는 대책위를 구성하고 이날밤『의사를참여시킨 우리측의 검안결과 가슴.명치.목 등에서도 멍이 발견됐다』고 밝혔다.이들은 다만 『이 멍 때문에 사망한 것인지 인공호흡도중 생긴 상처인지는 부검이 필요하다』고 지 적했다.魯씨 가족들도『평소 감기 한번 안걸리는 건강 체질이었다』며 사인에 강한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따라 이 사건은 총선을 앞두고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魯씨와 함께 시위를 벌였던 친구 金보선(고려대 경영2)씨는『서총련 산하 40개 대학생 5천여명과 함께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쫓기던 중 을지로 5가 도로 중앙에서 魯씨등 대학생 5~6명이 전경에게 둘러싸이는 것을 보고 달아났었다』고 말했다.
魯씨가 발견된 인쇄소 대현문화사 주인 崔종부(40)씨는『학생10여명이 경찰에 밀려 우리 인쇄소에 들어왔다 나가려는데 魯씨가 인쇄기계 뒤편에 쪼그린채 입에서 침을 흘리며 움직이지 않아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병원측은 魯씨의 뇌손상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자정 넘어 CT(컴퓨터단층촬영)사진을 찍었다.그러나 사진 판독 결과 사인을 입증할만한 뇌손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魯씨의 가족등이 입회한 가운데 30일 공개적으로 부검키로 했다.응급실은 학생 3백여명이 점거한 상태며 건물밖에서도3백여명의 학생들이 경찰과 대치하며 밤을 새웠다.
사고는 등록금 인상에 항의하는 서총련 소속 14개 대학이 29일 동맹휴업에 들어가는 등 등록금을 둘러싼 마찰이 확산되는 가운데 일어났다.
정부는 안병영(安秉永)교육부장관이 이날밤 교육부에서 대책회의를 갖는 등 이 사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魯씨주변=魯씨는 전남영광군 염산중 교감인 魯봉구(54)씨 부부의 2남2녀중 셋째다.魯씨는 지난해 광주대동고를 전교 5등으로 졸업했고 교직에 있는 두누나와 함께 인천에서 자취를 해왔다. 가족들은『서울대 불문학과에 지원하려 했으나 가족들의 뜻에따라 법대로 진학했다』며『행정고시를 봐 교육부장관이 되는 것이꿈이었다』고 오열했다.
김기찬.강홍준.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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