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철회 놓고 미니 민주당 '분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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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지역 민주당 당선자 5명이 18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 광주 5.18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정일.한화갑.김효석.이낙연.이상렬 당선자. [연합]

총선 참패 이후 간신히 당 수습에 나서고 있는 민주당의 앞길에 탄핵 철회 논란이 새로운 암초로 떠오르고 있다.

당내에는 '정치권이 나서서 탄핵을 철회하자'는 주장과 '탄핵 철회는 절대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당 수습은커녕 당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탄핵 철회 주장은 주로 지역구 당선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에서 완패한 것은 결국 탄핵 때문으로 호남 민심은 탄핵 철회를 원한다는 주장이다.

전남 함평-영광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낙연 의원은 18일 "나는 총선 전부터 탄핵 철회를 주장해 왔다"며 "국회를 열어 (탄핵 철회를)의결하거나 국회를 열기 힘들 경우 정당대표들이 모여 합의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내 다른 당선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당 비대위에도 공식적인 논의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이날 오후 李의원과 한화갑(무안-신안) 전 대표를 비롯해 이상열(목포)당선자.김효석(담양-곡성-장성)의원.이정일(해남-진도)의원 등 호남지역 당선자 5명은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한 뒤 탄핵 철회 문제 등 당내외 현안을 논의했다.

19일 열릴 비대위에서도 탄핵 철회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내에는 '탄핵 철회 불가'를 외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비례대표 3번으로 금배지를 달게 된 이승희 대변인은 "결국 자신들이 열린우리당으로 옮겨가기 위해 탄핵 철회를 거론하는 것 아니냐"며 "소신도 없고 지조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당 안팎에서는 지역구 당선자 중 일부가 열린우리당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李대변인은 "헌재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했다. 장전형 전 선대위 대변인도 "지금 와서 왜 탄핵 철회를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탄핵 철회는)가당치도 않은 소리"라고 했다.

'당권파'와 '쇄신파'간 싸움으로 기둥뿌리까지 흔들렸던 민주당으로선 이제는 '탄핵 철회'와 '철회 반대'로 나뉜 대립으로 인해 그나마 남은 몇 가닥의 뿌리까지 뽑혀 나가지 않을까 하는 위태한 상황이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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