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여대야소] 1당도 2당도 진보·보수 '同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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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에서 열린우리당 김홍신 후보와 접전 끝에 당선된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16일 스쿠터를 타고 시장을 돌며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최근 문성근씨는 한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을 '잡탕밥'에 비유하며 장기적으로 분당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열린우리당은 잡탕밥일까. 본지가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230명에게 자신의 이념 성향을 질문했다.

文씨의 주장은 일단 근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응답자 119명 중 자신을 '진보'라고 한 사람은 10명. '중도 진보'가 60명, '중도'가 32명, '중도 보수'가 14명이었다. 자신이 '보수'(2명)라고 답한 인사도 있었다.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이념의 스펙트럼을 보인 것이다. 이는 열린우리당만의 현상은 아니다.

설문에 응한 한나라당 당선자 93명도 '보수'(5명),'중도 보수'(57명),'중도'(20명)로 분포돼 있었다. 자신을 '중도 진보'라고 밝힌 인사들은 10명이나 됐다. 다만 한나라당엔 자신을 '진보'라고 응답한 사람은 없었다.

일단 양당을 이끌 주류 세력은 열린우리당이 '중도 진보', 한나라당이 '중도 보수'인 셈이다. 한나라당 최대 다수인 '중도 보수'라고 밝힌 인사들 가운데는 영남 출신 의원이 34명이다. 열린우리당에는 이른바 '한나라당 코드'(중도 보수)에 맞는 인사가, 한나라당엔 '열린우리당 코드'(중도 진보)에 맞는 인사가 일부 뒤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에선 주로 경제계나 전직 관료.전직 시장 등의 자치단체장, 과학기술자 출신들이 자신을 중도 보수라고 했다. 한나라당에선 일부 수도권 여성의원, 학생운동권 출신 당선자, 몇몇 영입 케이스의 비례대표들이 스스로를 중도 진보로 분류했다.

이 같은 현상은 민주노동당의 뚜렷한 정체성과는 대비된다. 민주노동당은 응답자(8명) 전원이 자신을 '진보'라고 소개했다. 국가보안법이나 이라크 파병에 대한 접근은 바로 이런 당선자들의 이념 성향에 따라 엇갈렸다.

열린우리당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및 이라크 파병 철회를 소신으로 하는 당선자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중도 진보' 내지 '진보'로 분류했던 인사들이다. 이들은 민노당의 입장과 일치해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정책 공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반면 '중도''중도보수' 인사는 상당수가 국가보안법의 경우 개정 완화, 이라크 파병은 '예정대로' 쪽에 서 있다.

탄핵안 가결에 대해선 열린우리당 응답자 전원(119명) 외에 민주노동당(8명) 전원, 한나라당(10명) 및 민주당.자민련(1명), 무소속 일부가 잘못됐다고 답했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아직 55명의 당선자가 정당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의 일부 당선자를 제외한 영남권 의원들,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많다. 탄핵이 잘못됐다고 말한 한나라당 당선자들은 주로 수도권 출신들이다.

강민석.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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