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로씨 수사 긴장된 검찰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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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학로(張學魯)전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구속된 23일 검찰청은하루종일 숨가쁘고 긴장된 분위기를 자아냈다.張씨가 구속된 뒤에도 張씨가 누구로부터 얼마를 무슨 명목으로 받았느냐는 궁금증이계속 증폭되고 있어 검찰수사는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40분 구속이 집행된 張씨는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께 큰상처를 입혀 죄송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張씨는 또 혐의사실을모두 시인하느냐고 묻자 『면목 없다.나중에 말 하겠다』고 정확한 대답을 회피.張씨는 이후 수사관 2명과 함께 서울2츠1269 르망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직행했다.
…서울지검 수뇌부는 23일 오전 김기수(金起秀)검찰총장에게 중간보고를 하면서 張씨 구속방침을 결정했다는 후문.최환(崔桓)지검장은 이종찬(李鍾燦)3차장.황성진(黃性珍)특수1부장과 함께자체회의를 마친뒤 오전 11시10분쯤 대검찰청을 찾아 金총장에게 보고했는데 수사 진행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총장님이설명하실 것』이라고 대답해 이 자리에서 사법처리 수준이 결정됐음을 암시했다.
잠시후 金총장은 『폭로된 내용이 전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알선수재 혐의가 우선 드러나 오후에 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해 속전속결 의지를 천명.
…검찰은 張씨의 죄명을 알선수재혐의로 하는데 상당히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張씨가 기업인과 공무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을 포착해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했으나 직무관련성이 약하다고판단,알선수재죄로 일단 구속한 다음 신병을 확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검찰관계자는 『張씨가 돈 받은 사실 은 인정했으나의례적인 떡값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증거보강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 …張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날 오후 서울지법은 당직판사 2명 이외에는 법원장을 포함한 간부들이 오후 1시쯤 모두 퇴근,한산한 모습을 보였다.서울지법의 한 관계자는 『담당판사가 수사기록을 보고 영장발부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편 법원안의 이러한 조용함과는 달리 법원 정문은 25일 열리는 12.12사건관련 3차공판의 방청권 확보를 위해 용역업체직원 등 30여명이 몰려 부산한 모습.
…이종찬(李鍾燦)특별범죄수사본부장은 이날 오후 4시쯤 영장청구에 필요한 수사기록등 관계 서류를 최종 점검한뒤 영장을 청구토록 결재.李차장은 황성진 특수1부장,박종환(朴鍾丸)검사를 집무실로 불러 혐의사실을 하나하나 체크한뒤 『법원에 서류를 접수시키라』고 지시.
…검찰은 업자들로부터 1억4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張씨에 대해구속영장을 청구한뒤 축소수사라는 비난을 듣지 않을까 전전긍긍.
한 소장 검사는 『언론에 폭로된 張씨 축재 금액이 37억원인데 검찰이 밝힌 액수는 겨우 1억원을 넘긴 수준』이라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소리가 나오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한마디.
김상우.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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