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많이 묻는..."펴낸 이청승 한국폴라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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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서울 등촌동에 위치한 화장품회사 한국폴라의 이청승(李淸勝.51.사진)대표는 해방둥이다.45년 2월 평북 신의주에서 태어난그는 동년배들과 비슷하게 파랑(波浪)이 극심했던 한국 현대사를힘겹게 헤쳐나온 보통사람 가운데 한명이다.현재 그는 보통사람이라기에는 좀 특별한 모두 5개의 중소기업을 이끌고 있는 사업가다.또 개인전을 세차례 가진 화가라는 이력이 독특하다.지금은 유화를 그리지만 전공은 동양화.홍익대 미대를 졸업했다.
李씨가 펴낸 『많이 묻는 사람이 많은 대답을 한다』(삶과꿈 刊)는 9남매의 셋째아들로 태어난 그가 미술학도에서 사업가로 변신하면서 체험한 성공과 실패담,그리고 그에게 힘이 됐던 지인(知人)들의 이야기를 별다른 과장 없이 담담하게 풀어놓은 자전에세이.여기에 문학도를 꿈꾸며 독서토론회를 주도한 고교시절과 작은 출판사도 손수 차린 대학시절의 에피소드가 겹쳐지면서 어찌보면 다기망양(多岐亡羊)했던 과거를 펼쳐놓는다.
돋보이는 부분은 李씨의 색다른 경영철학.미술을 전공한 탓인지그는 「감성경영」을 모토로 내세운다.이 회사에 들른 손님을 맞는 것도 이 네글자다.『정보화 사회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감성적 사고입니다.저는 예술적 감성이 첨단기 술의 힘을 능가하는 시대가 이미 왔다고 확신해요.』 여기서 감성은 고객을 따뜻하게 대하는 마음.최근들어 애프터서비스 같은 개량화된 서비스는 발달했지만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즉 감동을 주는 경영은아직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21세기를 헤쳐나갈 열쇠는 상상력에 바탕을 둔 창조력이 아닐까요.주로 이성에만 의존했던 경영풍토는 이제 한계에 부닥쳤어요.』 李씨는 직원연수도 틀에 박힌 강연이나 훈련보다 자유로운토론을 중심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스스로도 매일밤 두시간 정도캔버스를 마주하며 감성개발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이같은 인생관은 10년전 한국폴라를 창립할 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일본 최고수준의 화장품회사인 일본폴라 스즈키사장과 사업보다 인생과 예술을 이야기하며 합작에 골인했다고 한다.사훈(社訓)도 「깨끗하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고 자연스럽지 않으면 완전하지 않다」로 정했다.현재 한국폴라는 창사이래 단 한푼의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고 가격 또한 한번도 올리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동안 공장과 본사사옥,대전 엑스포 꿈돌이동산 등에 대형벽화도 그린 그는 『사업과 미술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라』는 질문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다』며 욕심(?)을 부렸다.
『사업은 제일 정직한 분야입니다.뛰는 만큼 성적이 나오거든요.또 저에게 미술은 막혔던 사업에 새 피를 제공하는 아이디어의보고예요.』 인생을 열심히 달려온 한 사람의 이야기로 보아달라고 주문한 李씨는 동년배들이 쌓아온 터전 위에 후배들이 멋진 꿈을 힘차게 펼치는 모습을 보는게 남은 희망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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