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업<上> 지자체·업체, 미분양 털어내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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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늘어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을 줄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건설회사들이 안간힘을 쏟고 있다. 5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12만8170가구. 이 중 10만8377가구가 지방(비수도권)에 있다. 인구 200만인 충남의 미분양 물량은 1만6910가구로 경기도와 비슷하고, 천안시 한 곳에만 6000가구가 넘는다.

이에 비수도권 지자체는 미분양 주택 구입 때 취·등록세를 50% 감면(현행 분양금액의 각각 1%에서 0.5%로 인하)해주는 내용의 조례를 서둘러 시행하고 있다. 부산과 제주가 30일 감면조례를 공포하고, 전남도 지자체 중 마지막으로 8월 초 시행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모든 평형의 미분양 주택을 올해 6월 11일 이후 최초로 분양받을 경우 조례 시행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취득·등록(잔금 납부·등기)하면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자체들의 감면조례 시행은 지방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국토해양부가 6월 11일 발표한 대책의 후속 조치다.

지자체들은 세금 감면 외에도 각종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대구시는 25일 국토해양부와 기획재정부에 미분양 아파트를 줄이기 위해 1가구 2주택자가 집을 팔 경우 양도세를 면제해주고, 정부의 ‘6·11 대책’에서 제외된 ‘사업 승인 아파트’에도 취·등록세 감면 혜택을 달라고 건의했다. 대구시 이도환 주택행정 담당은 “이미 발생한 미분양 물량도 문제지만, 사업 승인을 받고도 경기 불황으로 분양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양 예정 물량도 1만 가구나 된다”고 말했다.

건설업체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분양가격을 할인해주는 곳이 있는가 하면 ‘미분양 아파트’ 오명을 피하기 위해 홍보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속칭 ‘깜깜이 분양’도 등장했다. 올해 봄 ‘청약률 0’ 아파트가 잇따라 나온 울산의 경우 아예 견본주택을 공개하지 않고 몰래 분양하는 방식이 6월부터 성행하고 있다.

기존 계약자의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계약자를 끌어들이는 ‘구전 마케팅’도 성행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6월부터 한 달에 한두 차례 ‘제니스 데이’를 정해 마술·공연 등의 파티를 열면서 계약자 외 2명 동반 참석을 권장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공동 구매’를 통해 미분양 아파트를 싸게 사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아파트 구매 희망자가 계약금 1000만원을 내면, 부동산 컨설팅업체가 이를 은행에 예치한 뒤 주택 건설업체와 협상에 나서는 방식이다. 이를 추진 중인 김영욱(49)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장은 “다음달까지 300명의 희망자를 모아 미분양 아파트 보유 업체와 교섭에 나설 예정”이라며 “분양가보다 20% 이상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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