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라운지] 폭우 때 조종석 앞유리에 쏟아지는 빗물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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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장대비가 쏟아지면 자동차 와이퍼를 아무리 빠르게 작동시켜도 앞을 제대로 보기가 어렵다. 와이퍼가 고장 난다면 눈 뜬 장님 신세가 돼 운전이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자동차처럼 앞 유리가 설치된 비행기는 폭우가 쏟아지면 어떻게 할까.

비행기는 이륙 후 정상고도로 비행하면 비를 맞을 일이 거의 없다. 비구름 위로 날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륙과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출 때, 그리고 지상에서 이동할 때다.

지상에서는 유리창 너머로 바닥에 그려진 유도선을 보며 조종사가 비행기를 움직이므로 장대비가 오면 조종이 쉽지 않다. 그래서 비행기도 자동차처럼 빗물을 닦아내는 장치를 사용한다. 자동차는 와이퍼만 쓰지만 비행기엔 세 가지 장치가 있다.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는 제작사마다 다르다.

보잉 747과 737 등을 만드는 보잉사는 자동차와 비슷한 와이퍼를 조종석 앞 유리창에 달아 사용한다. 조종석을 자세히 보면 확인할 수 있다. 차량용과 거의 흡사한 와이퍼 두 개가 달려 있다.

와이퍼 대신 강한 바람을 쏘아대 빗물을 날려 버리는 장치도 있다. 유리창 위나 아래에 바람을 뿜어내도록 일종의 ‘에어 커튼(Air curtain)’을 치는 것이다. 바람만 뿜어내는 게 아니라 빗물이 유리창에 붙는 것을 막는 용액도 내보낸다고 한다.

와이퍼나 에어 커튼 장치 없이 유리창에 특수 코팅을 해 빗물에 맞서는 방식도 있다. 특수 코팅한 유리창에 빗물이 닿으면 바로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 캐나다 항공기 제작사인 봄바디어가 만드는 소형 비행기인 글로벌 익스프레스에 이 방식이 사용된다. 이 비행기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등 유명인들이 애용하는 인기 기종이다. 국내에는 삼성그룹 등에서 도입했다.

비행기 유리창에는 ‘김 서림’ 대비책도 있다. 조종석 유리창은 통상 5중 구조로 만들어진다. 보잉 747은 일곱 겹이나 된다. 비행 중 안팎의 강한 압력을 견뎌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유리 겹 사이에 전열선 역할을 하는 물질을 입히면 창의 표면 온도가 항상 35도를 유지하게 된다. 섭씨 영하 50~60도를 오르내리는 높은 고도에서 유리창이 얼거나 성에가 끼는 것은 물론 김 서림도 막아 준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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