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경제 재정 적자 최악… 성장률은 2.2%로 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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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백악관이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또 내년도 미 정부의 재정적자가 사상 최대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당초 2.7%에서 1.6%로 올 GDP 전망을 낮췄다. 내년 전망도 3%에서 2.2%로 내렸다. 반면 올해 10월 시작하는 2009 회계연도 재정적자는 4820억 달러(약 482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2월 예상치(4070억 달러)보다 750억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가 줄어든다. 당연히 재정이 나빠진다. 여기다 미국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168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금이 당초 예상보다 덜 걷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내년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활동에 들어가는 월 100억~120억 달러도 재정적자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전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곳곳에서 쏟아진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GFSR)에서 “미국 주택시장의 바닥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IMF는 “연체와 주택 압류가 급격히 늘고 있고, 집값은 계속 떨어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주가 하락으로 미국 은행의 자본 확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미국 금융위기가 서민층에 이어 중·상류층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우량 고객을 주로 상대해 그간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덜 겪은 금융사인 JP모건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도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2분기에 우량 주택담보대출 자산에서 1억400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2분기 순익이 한 해 전에 비해 37%나 급감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케네스 체노 회장은 “가장 우량한 카드 소지자도 경제적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와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미국인들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고 있다. AP통신은 미국인의 5월 차량 운행 거리가 한 해 전보다 96억 마일(3.7%)이나 줄었다고 전했다.

이러다 보니 미국 경제가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하는데 경기는 되레 침체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는 GDP가 2분기 연속 감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올 상반기 GDP는 소폭 성장했지만 고용 등 다른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며 “이번이 생산 감소가 없는 첫 침체가 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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