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 앞두고 신한국당.국민회의 비리 폭로전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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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학로(張學魯)파문이 「상도동과 동교동의 대전(大戰)」으로 확산조짐을 보이면서 정국에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기 시작했다.
일견 총선을 앞둔 신한국당과 국민회의의 대결이지만 정치판에서묵인되던 마지막선까지 건드렸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가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마저 있다.
신한국당 민주계의 한 인사는 22일 『집사(執事)를 건드리다니,이건 비례(非禮)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쪽(국민회의)이 갈데까지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만큼 우리도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격분하는 모습을 보이는 인사도 많다.이들은 폭로된 재산이 자신과 무관한 金여인의 것이라는 張전실장의 해명에 무게를 싣고 있다.
동교동계 인사들도 92년 대선 국면에서 당시 김영삼(金泳三)후보가 김대중(金大中)후보에게 색깔론 공세를 폈던 점을 들어 『어차피 엇갈린 사이』라고 평가해 긴장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2일부터 양당 주변에서는 정치권의 두 「빅 패밀리」인 상도동계와 동교동계의 확전 소문이 날개 단 듯 퍼지기시작했다.『조만간 공개될 것』이란 전제아래 여권의 맞대응 폭로설,국민회의의 추가 폭로설이 거칠게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신한국당은 공식적으로는 『검찰 조사를 지켜본뒤 법적 대응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한꺼풀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얘기도 들린다.몇몇 인사들은 김대중총재의 최측근들,최근 1~2년새 합류한 외부 거물급인사등 7~8명의 재산.사생활 의혹을 제기한다.
구체적인 이름까지 나온다.한 관계자는 「눈에는 눈」식의 강경기류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오기(傲氣)같은게 여권 핵심 주변의 곳곳에서 감지된다.
선공을 감행한 국민회의측도 긴장감에 싸여있기는 마찬가지다.내면으로는 여권이 빼들 수 있는 카드가 뭔지,여권의 반격이 나오면 어떻게 대응하고 제2탄으로 뭘 내놓을 건지 가늠하는 기색이역력하다.『저쪽이 뭘 쥐고 있었다면 우리의 폭로 와 관계없이 터뜨렸을 것(李海瓚선거기획단장)』이란 발언에서는 오래전부터 일전불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었음을 읽을 수 있다.
권노갑(權魯甲)선대위상임부의장도 22일 『우리는 확실한 것만공개한다』며 2탄,3탄의 비축을 시사했다.그 대상으로 떠오르는인사들은 청와대 수석출신의 가신(家臣),최근 입당한 거물급 인사등 6~7명이다.
장학로 사건으로 양쪽진영의 감정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져 극한 대립도 불사할 기색이 역력하다.선거판이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김진국.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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