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 모녀는 다른 듯 닮은 듯 서로 비슷한 점도 많지만 판이한 점도 너무 많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HCR)에서 일하다가 영국인 남편을 만나 올 5월 둘째 딸을 낳고 육아 휴직 중인 정아는 현재 방콕에 살고 있다. 서구적 외모와 풍부한 가창력으로 한국 연예계에 데뷔해 가수로 활동하다가 어린 시절 꿈이었던 웨딩플래너로 변신한 카밀라는 현재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서울에 산다. 우리 세 모녀는 어쩌면 이렇게 사는 곳도 다르고 각자 걸어가는 길도 다를까.
우리 세 모녀에게는 공통점이 있고, 꼭 닮은 것도 있다. 공통점은 세 모녀 모두 문신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정아와 카밀라는 아주 오래 전에 문신을 했다. 둘이 하와이 여행을 갔다가 함께 바다거북을 발견하고, 그것을 둘만의 마스코트로 삼기로 해 발등에 똑같이 거북이 문신을 했다.
나도 오래 전부터 문신을 하고 싶었는데 과연 어디에, 어떤 문양으로 해야 할지 쉽사리 결정할 수 없어 미루고 있던 참이었다. 두 딸이 먼저 한 문신을 보고 나는 은근히 부러웠다.
“엄마도 너희들과 똑같이 발등에 거북이 문신을 할까?”
그러자 정아와 카밀라는 단호하게 안 된다고 했다. 자매인 저희 둘만의 마스코트이니 엄마는 다른 곳에 다른 문양으로 하라고 했다. 나는 두 아이가 저토록 친밀하고 사이 좋은 자매로 자란 것이 내심 흐뭇하면서도 그 순간 은근히 시샘을 냈다.
“엄마는 가수니까 가수에 어울리게 새가 어때요? 엄마 별명도 ‘마마 버드’이잖아요!”
아이들에 관한 한 나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엄마였던지 늘 딸들을 보면 첫 마디가 “밥 먹었냐?” “뭐 좀 먹을래?”였다. 그래서 아이들은 나를 마마 버드, 엄마 새라고 불렀고, 그것은 내 오랜 닉네임이자 얼마 전부터는 e-메일 아이디로도 사용한다.
나는 괜찮은 생각이다 싶어 카밀라를 따라 문신을 하러 갔다. 왼쪽 어깨에 정글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하고 큰 앵무새 한 마리를 그렸다. 아름답고 강렬한 색상을 잘 표현하기 위해 두 딸과는 달리 원색으로 문신을 했다. 전생에 한 쌍의 사이 좋은 바다거북이었을지 모르는 두 딸 정아와 카밀라의 영원한 엄마 새, 마마 버드의 표식을 새긴 것이다.
패티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