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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외환은행 양도차익 과세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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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승인이 가시화하면서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를 둘러싼 과세 논란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론스타 측은 한국에서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국세청은 론스타에 대한 과세에 나설 방침이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이 끝나면 그 과정을 철저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양도차익 5조원에 과세하나

9~10월께 금융위의 승인을 받고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 지분 51%를 넘기면 론스타는 63억1700만 달러(약 6조4000억원)를 받게 된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 주식 51%를 1조3833억원에 사들였다. 5년 만에 5조원의 양도 차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법인세법의 최고 세율(25%)을 적용하면 최대 1조2500억원의 세금을 물게 될 수도 있다.

국세청은 내부적으로 론스타에 대한 과세 준비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지난해 6월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 13.8%와 극동건설. 스타리스 지분을 매각하자 같은 해 8월 론스타코리아를 세무조사했다. 당시 론스타코리아가 론스타 본사를 대신해 한국 시장에서 실질적인 사업을 하는 곳(고정사업장)이라는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는 후문이다.

고정사업장이 있느냐가 과세를 결정하는 핵심이다.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는 LSF-KEB 홀딩스다. 론스타가 출자했지만 벨기에에 있는 명목 회사(페이퍼 컴퍼니)다. 론스타 본사는 미국에 있다. 한국이 벨기에·미국과 체결한 조세 조약에 따르면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은 법인이 있는 거주지(벨기에·미국)에서 내게 돼 있다. 그러나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다면 우리 정부가 과세를 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국세청이 과세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론스타코리아가 론스타의 한국 내 고정사업장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국세청의 과세가 현실화하면 론스타는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외환은행 지분 일부를 매각했을 때 “우리 투자는 벨기에 법인을 통해 이뤄졌고 국제 조세 조약에 따라 한국에서 세금을 낼 일이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론스타는 스타타워 등 국내에 투자한 자산을 팔 때마다, 국세청의 과세 조치에 불복한 전례가 있다.

◇대주주 자격도 논란

매각 승인 심사가 시작됐지만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대주주의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론스타 측이 올 2월 금융위원회가 요청한 대주주 심사 자료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론스타에 추가 자료의 제출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론스타가 갖고 있는 비금융회사의 자본이 총자본의 25% 이상이거나, 비금융회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으로 규정돼 은행을 가질 수 없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매각 승인 심사에 앞서 론스타가 은행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부터 판단해야 순리”라며 “론스타가 관련 자료의 제출을 거부한다면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한 제재는 최고 5000만원의 과태료 부과 정도다. 론스타로서는 큰 부담이 아닌 셈이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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