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멋대로 바꿔” 호시노 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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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경기에 ‘승부치기’가 도입되자 각국 대표팀은 혼란에 빠졌다. 올림픽 개막을 2주 앞두고 발생한 큰 변수에 국가별로 유·불리를 따지느라 바쁘다.

한국 대표팀에 승부치기가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베이징 올림픽 사령탑인 김경문 감독은 “갑작스러운 룰 변경으로 당황스럽다. 야구 고유의 묘미가 떨어질 수 있다”며 걱정부터 했다. 한편으로 그는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적은 투수(10명)를 뽑았기 때문에 연장전에서 투수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내놨다.

김재박 LG 감독은 승부치기가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언했다. 2003년 올림픽 예선전과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그는 “외국 투수들은 대체로 투구 폼이 크다. 발빠른 두산 이종욱 등이 2루에 자동 진루한다면 안타 하나로 승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감독은 또 “양팀이 똑같이 무사 1, 2루에서 공격을 시작할 경우 ‘말 공격’보다는 ‘초 공격’을 하는 팀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득점 확률이 높은 여건에서 먼저 점수를 빼앗기면 말 공격 팀이 분위기를 뒤집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일본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은 “번복되지 않더라도 강하게 항의하겠다. 미국은 너무 제멋대로다”라며 노기를 드러냈다. 가토 료조 일본야구기구(NPB) 총재도 하비 실러 국제야구연맹(IBAF) 회장을 만나 항의할 예정이다. 일본은 승부치기 도입을 주도한 실러 회장이 미국 출신임을 강조했다. 파격적인 룰 변경으로 미국이 유리해졌다는 주장이다. 일발 장타력을 가진 미국이 주자를 모아놓은 상태에서 2~3점을 쉽게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쉽게 단언할 수 없을 듯하다. 1점이 절실한 연장 승부에서는 발 빠른 선수로 다양한 작전을 펼치는 한국이나 일본이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드먼턴=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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