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로 MB정권 심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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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심판, 서울시민이 이깁니다’.

7·30 교육감 선거에 나서는 주경복 후보가 내건 플래카드 글귀다. 한나라당은 발칵 뒤집혔다. 교육감 선거에 정치구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주 후보는 게다가 유력 후보이기도 하다.

당 회의 때마다 걱정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차명진 대변인이 “교육감을 뽑는데 대통령 심판 운운하니, 이런 사람이 당선되면 그날부터 학생들 공부는 안 가르치고, 데모할 때마다 학생을 동원할 텐데 이 나라 교육과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는 논평을 냈을 정도다. 장광근 서울시당 위원장도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내심 공정택 현 교육감 등 보수 성향 후보의 당선을 바란다. 보수 성향 후보들끼리 후보를 단일화하도록 호소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민주당은 비공식적으로 주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 후보가 교원평가제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전교조 색채가 짙은 게 부담이라고 한다. 민주당의 당론은 교원평가제 찬성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교육감 선거에 간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렇듯 관심을 기울이는 건 유년과 초·중등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감이란 자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교육 문제는 30∼40대 유권자의 주요 관심 사항이다. 교육 이슈가 곧 정치 이슈인 셈이다. 특히 여권으로선 더 부담이다. 아무리 나름의 교육정책을 내놓아도 교육감이 반대할 경우 학교 현장에서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슷한 성향의 교육감이길 바라는 이유다.

실제 1992년 민선 교육감 시대가 열린 이래 교육감과 정부가 충돌한 사례가 종종 있다.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가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자립형 사립고를 세우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서울 지역엔 단 한 곳의 자사고도 들어서지 못했다. 인성 교육을 강조했던 유인종 당시 교육감이 “과외 망령과 중3병이 되살아나고 사교육비가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도 유 교육감에게 막혀 뉴타운에 자사고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엔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공정택 교육감이 자사고와 국제중 등 다양한 학교를 세우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청와대와 교육부가 반대해 무산되곤 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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