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6·25가통일전쟁이냐” 주경복 “정치학적개념말한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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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열린 서울시교육감 선거 TV 합동 토론회의 첫 발언자인 이영만 후보(기호 4번)는 “전교조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다음 순서인 김성동 후보(기호 2번)는 “특정 편향 이념을 세뇌하려는 세력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30일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TV토론에선 교원노조인 전교조와 전교조가 주장해온 이념 교육에 대한 공세가 이어졌다. 보수 성향의 후보들이 전교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경복 후보(기호 6번)를 몰아친 것이다. 주 후보는 “무슨 근거로 전교조 후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전교조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주 후보와 선두 다툼을 하고 있는 공정택(기호 1번) 후보는 다른 후보들로부터 ‘청렴도 꼴찌’, ‘5%를 위한 교육감’이라는 공격을 당했다.


◇전교조 대 비전교조=공 후보는 “학교 교과서에는 북한의 김일성이 기습 남침한 것으로 돼 있다”며 “(주 후보는) 앞으로 어떻게 교육하겠다는 것이냐”고 다그쳤다. 주 후보가 200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25는 통일전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주 후보는 “강모(동국대 강정구) 교수가 그런 발언을 한 데 대해 정치학적으로 통일전쟁이라는 개념이 있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주 후보는 또한 지난달 22일 민주노동당 임시전당대회에 참석해 “서울시교육청에 진보의 깃발을 꽂고 싶다. 표를 모아달라”고 말한 것도 공격 대상이 됐다. 주 후보는 “그런 발언을 한 기억이 없다. 행사장에 가서 인사말만 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주 후보는 “내가 전교조 후보라는데 근거가 없다”며 “나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주 후보 측 박범이 대변인은 “현재 추진 중인 참여정부식 교원평가제는 교사 간 불화를 유발하므로 도입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며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밝혀왔다. 다른 5명의 후보는 교원평가제에 대해 확대나 도입 찬성의 입장이다.

공 후보는 지난 3년간 청렴도에서 꼴찌를 한 서울시교육청의 교육감이라는 점이 집중 공격 대상이 됐다. 주 후보는 “전임 유인종 교육감 때만 해도 청렴도에서 전국 7등이었는데 어떻게 계속 꼴찌를 할 수 있느냐”며 공 후보에게 대책을 주문했다. 공 후보는 “서울은 학생 수, 학교 수가 많아 (부패 문제에) 걸려드는 숫자가 늘어났다”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분명한 공약=대부분 후보들은 80분이라는 시간 제약 때문에 각자의 공약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채 상대 후보에 대한 공세에 몰두했다. 사교육비 경감이나 특목고 설립 등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공 후보는 “공교육을 내실화하고, 사교육을 대폭 줄이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얘기를 반복했다. 주 후보 역시 “경쟁만 할 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핀란드나 유럽식 모형을 추구해야 한다. 대안형 공립학교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가 된다고 해도 자신들이 내건 공약을 실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에 선출되는 교육감의 임기가 1년10개월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5개 시민단체들의 평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은 이인규(기호 5번) 후보는 “교육감이 과연 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한 검토도 없고, 법령 지식도 없이 후보들이 공약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후보는 “학교 선택제 실시, 교원평가 실시, 인성교육 강화, 특목고 대신 창의적 대안학교 설립 등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박장옥 후보(기호 3번)는 “교원평가를 반드시 실시하며, 전체 교사 중 부적격 교사 5%를 퇴출시키겠다”며 목표치를 제시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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