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선진화 이룩하자-왜 選官委 말을 안듣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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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에 나선 정당들이 선거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선관위의 말을정면으로 무시한다면 그 선거의 꼴이 어떻게 될까.선관위는 지금껏 민주당에 대해 시국강연회가 위법이니 하지 말라고 촉구했지만민주당이 이를 무시했고,다시 국민회의의 시국강 연 계획에 대해서도 자제공문을 보냈으나 역시 거부당했다.뿐만 아니라 선관위는각종 정당행사에 비당원을 동원하고 연설에서 공약을 제시하거나 지지를 유도하는 등의 불법적 언동에 대해서도 여러번 주의.경고를 했음에도 정당들은 마이동풍(馬 耳東風)이었다.
이런 현상은 비유컨대 경기에 나선 팀들이 심판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법을 만들고 나라를 이끈다는 정당들이선거관리의 국가공권력을 담당하는 선관위의 말을 안 듣는다는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니다.
물론 우리도 까다롭고 비현실적인 선거법규정을 정당이나 후보들이 1백% 준수하기는 극히 어렵다는 사실은 안다.선거철에 사람을 모아놓고 악수는 해도 괜찮지만 지지를 부탁하면 위법이 되는선거법규정엔 확실히 문제가 있다.그러나 법은 법 이다.개정되기전까지는 지켜야만 한다.
선관위 역시 그런 법의 비현실성 때문에 가급적 현실에 맞게 운용하려 애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더구나 그런 법을 누가 만들었나.바로 정당들 자신이 아닌가.자기들이 그런 법을 만들어 놓고는 자기들이 안지킨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안된다 .특히 개탄할 일은 정당의 지도층인물들까지 예사로 위법행위를 한다는 점이다.준법.공명의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거꾸로 법을 무시하는 모범이 돼서야 되겠는가.『저런 거물도 위법하는데 우리 정도야…』하는 악영향을 줄건 뻔한 일이다.
정당들은 선관위 말을 들어야 한다.정당행사에서 탈법.위법적 요소를 자제해야 한다.선관위는 여러 차례의 경고도 먹히지 않자고발등 강경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는데 선관위로서는 당연히 그런 무서운 면을 보여야 한다.검찰도 선거법위반에 대 해선 여야를 막론하고 강력히 대응한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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