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노당의 국회 진출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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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했다. 남북분단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보수정당 간에 경쟁하던 한국 의회에 처음으로 좌파 정당, 혹은 사회주의적 이념 정당이 발을 들여놓게 됐다. 정치적 의미로 본다면 한국 의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좌에서 우까지 모두 포괄되었다는 측면과 함께 사회 내의 모든 세력들이 의회정치에 흡수됨으로써 의회의 대표성이 현실에 맞게 조정되었다. 우리 사회 내의 어떤 이슈도 이제는 의회정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민노당의 의회진출은 바람직하다.

한국 노동운동사에도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과거 노동계 대표가 국회에 진출한 경우가 있었지만 대부분 보수정당의 들러리 역할로 동원된 측면이 강했다. 이번의 경우 자신들의 정강과 조직에 의해 의석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르다. 이제는 국회에서 노동 계층의 이익을 직접 대변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우려 또한 없지 않다. 우선 민노당의 정강정책이 우리 헌법정신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문제다. 우리나라를 독점재벌에 의한 민중 수탈사회로, 일종의 계급사회로 보고 있다든가, 사적 소유권 제한, 생산수단의 사회화 등 자유 시장경제 구조의 근본을 흔드는 조항 등이 그것이다. 외교 안보분야에서도 연방제 수용, 한.미 군사조약 폐기 등은 우리 현실을 도외시한 부분이다. 물론 체제 밖의 정당이 원내로 진출하는 경우 이념의 과격성이 순화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민노당의 변화를 지켜보아야 한다. 민노당이 그러한 변화를 하지 못할 경우 국민에 의해 자연스럽게 외면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명심하기 바란다.

민노당의 진출을 계기로 노동운동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폭력투쟁이나 시위는 더 이상 안 된다. 무슨 일이든 법으로 해결하는 체제 내 정당의 길을 걸어야 한다. 헌법과 관련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활동해야 한다. 의회에 진출한 정당답게 국가 경제를 걱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준법.정책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