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 살리는 길은…] "애로사항 찾아서 해결해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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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산업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2004년 1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2% 늘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 한국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에 대해 중국 고위 관리와 외국인옴부즈맨 사무소 김완순 소장에게 들어봤다.

***김완순 옴부즈만사무소장이 겪은 현장 사례

"외국인 직접투자의 60%는 한국에 들어와 있는 기존 투자가들이 재투자하는 것입니다. 주한 외국기업들의 애로를 잘 해결해줘야 외국인 투자가 더욱 늘어납니다."

외국인투자옴부즈만사무소 김완순 소장은 최근 진사공단(진주-사천지역) 안에 있는 한 일본 기업의 철수를 막아냈다. '세라믹콘덴서'라는 첨단부품을 만드는 이 기업은 "외국기업에도 국가유공자 자녀 채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옴부즈만사무소에 이의를 제기했고, 김소장은 총리실 기업애로센터 등을 뛰어다니며 채용의무 면제기간을 5년 더 늘려줬다.

바스프와 다임러 등 외국인 투자지역 8곳에 있는 다른 기업들도 같은 혜택을 누리게 됐다.

"애국심은 정부와 한국기업의 몫인데 이를 외국기업에까지 강요하다가 수천명의 일자리를 잃어버릴 순 없다"고 김소장은 주장한다. 중국도 국내 기업들엔 비슷한 의무규정이 있지만 외국기업엔 이를 면제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교육사업을 하는 캐나다 탤스크사는 '교육분야는 외국인투자촉진법상 외국인투자가 허용되지 않는 분야'라는 산업자원부 고시에 묶여 평생교육기관 등록을 할 수 없었다. 이 역시 김소장이 '평생교육법'을 뒤져 근거 조항을 찾아내 등록을 받아냈다.

미국의 카길그룹 애그리브랜드퓨리나의 애로도 해결했다. 축산사료를 만드는 기업의 특성상 연구원들이 본사와 농장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 연구원 10명 이상이 한곳에 근무해야 하는 기업기술 연구소 허가를 받을 수 없었던 것을 과기부와의 협의를 통해 규정을 바꿨다.

옴부즈만사무소(www.i-ombusman.or.kr)는 주한 외국기업들의 애로를 해결해주는 기관이다. 1999년 설립돼 4년간 총 1700여건의 고충을 처리했지만 해결해주지 못한 비율도 40%다. 정부 각 기관에 특정 규제를 철폐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면 '장기적 과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라는 답변이 날아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소장은 최근 정부 규제개혁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에 선임됐다. "이런 규제들을 본격적으로 뜯어고쳐 보기 위해 계속 규제개혁위에 참여하겠다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김소장은 말했다.

▶파견근로자법 ▶수도권 공장증설 규제 ▶노동관련 법규 등은 국내에 들어온 외국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들이지만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이런 법규들을 고쳐 보겠다는 것이다.

김소장은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공장을 만들어야 일자리도 늘고, 부품.소재 산업이 육성된다는 사실을 특히 반(反)세계화 감정이 강한 젊은이들이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리밍싱 중국 국유자산감독위 국제부장

중국 국무원(행정부) 산하 국유자산감독위원회 리밍싱(李明星)국제부장(국장급.경제학박사)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기업활동에 대한 제도가 아직도 규제 중심이고 국민은 기업인을 부정하다고 믿고 있으며 시장은 대부분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외자유치에 필요한 세가지가 모두 불리한 ' 3불(不)국가'라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외국기업이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 경제허브 구상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28% 감소한 65억달러였으나 중국은 24% 늘어난 6백20억달러를 기록했다.

李부장은 "중국에서는 기업인이 경영을 잘하면 관리로 영입되고 미국에서는 기업총수가 말하면 정책을 바꾸는 경우도 있는데, 한국에서는 기업인들이 과거 정치의 희생물이 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기업인 홀대 문화를 꼬집었다.

국유자산감독위는 국유기업의 부실 자산을 관리해 경제가 부실해지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경제정책 입안의 핵심 기관 중 하나다. 李부장은 지린(吉林)대를 졸업하고 일본과 영국의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뒤 경제관료로 입문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정부가 선정한 차세대 엘리트 관료 중 한명으로 뽑히기도 했다.

李부장은 "중국은 지금도 법과 제도를 시장경제 체제에 맞게 고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일부 외국기업이 정책의 일관성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시장경제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과정일 뿐 기업을 위한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는 현재 3000여개 특구가 있는데 내실이 없는 곳이 많아 지난해 말 정리작업에 들어갔다"며 "앞으로 한국 기업이 경제특구에 투자할 때는 정리 대상인지를 확인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베이징=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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