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변수의인물>1.김홍일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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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질서는 총선을 통해 재편된다.많은 인물이 선거의 당락을 통해 명멸해간다.그러나 수많은 후보들 가운데 주목할 후보의 수는 제한되어 있다.4.11총선이후 상당한 정치적 비중이나 영향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후보,또 해당후보의 당락이 정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당락자체로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 후보를 현지취재를 통해 시리즈로 조명해 본다.
[편집자註] 15대총선에 출마한 유일한 2세 정치인은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총재의 장남 김홍일(金弘一.49.사진)목포위원장이다.
대구동을을 노리던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장남 재헌(載憲)씨는 비자금사건의 직격탄을 맞아 포기했고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의 장남 재국(宰國)씨도 합천출마를 고사하고 있다.김영삼 (金泳三)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도 총선출마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의 등원에 대한 관심은 단순히 2세라는데 있지 않다.또한 金총재와 함께 부자(父子)국회의원이 된다는 것만도 아니다.그의 등원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신한국당과 함께 정국의 양축인 국민회의 내부 역학구도가 크게 변화한 다는 「정치적」의미가 있다.이를 쉽게 표현하기 위해 야권내부에는 『2명의 김대중총재가 나타나는 격』이라고 말한다.이 말에서 그의 등원이가져올 파장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야권에는 총선후 급격한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金총재의 내년 대권도전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15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야권에서는 DJ극복 또는 DJ이후를 노린 「야권의 세대교체」주장이 대두될 가능성도 높다.
그는 이같은 상황을 조정하고 당내외의 도전세력들을 제압하면서여권및 다른 야당과의 막후정치협상에서 주역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그를 만나면 金총재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는 원외에 있는 동안에도 상당부분 「역할 」을 해왔다.
그러나 그 자신은 이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목포 현지취재를통해 만난 그는 등원후 역할을 묻자『당선되면 얘기하자』고 말을끊는다. 총재의 장남이기 때문에 몰려 온 현실적 힘,2세세습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걸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가져다주는 명암(明暗)에 대해 이미 너무 많은 경험을 한데서 오는 신중함이었다. 하지만 말이 아닌 행동과 주변상황에서는 그의 「장래」를 향한 설계가 엿보이기도 한다.그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도 하루에 몇차례씩 볼 수 있다.
그는 전북도지사를 전화로 불러내 전국민속예술제 개최장소를 개항 99주년인 군산에서 개항1백주년인 목포로 변경하기도 했다.
초원호텔 커피숍에서 전북도지사와 전화를 주고받은 金위원장은 『어차피 양쪽 다 1백주년에 맞춰 하는게 합리적이니 선물로 주겠다고 한다』며 선점권을 지닌 군산이 1백주년이 되는 내년으로 양보했음을 시사했다.그의 선거참모는 『권노갑(權魯甲)의원도 할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광주에서 온 한 재야인사가 『5.18의 상징적 인물을 공천하지 않은데 대한 반감이 이젠 정리됐다』는 보고를 마치고 돌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시내 중앙다방에서 가진 원로당원들과의 모임.한 촌로가 악수를청한 金위원장을 보자 아무 말없이 지갑에서 빛바랜 사진 한장을꺼낸다.『이게 어른이고 이게 나여.』71년 대선당시 「젊은 DJ」와 함께 찍은 사진이다.『많이 닮았네 그려.』차를 타고 떠나는 그에게 두손을 공손히 모은 노인이 눈에 띈다.중절모를 벗는 노인도 있다.이렇게 金총재에 대한 정서의 편린이 그에게로 나타나고 있다.
목포=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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