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성호 기자의 현문우답 <44> 산 빵과 죽은 빵, 어떤 걸 드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풍경1 : 예수님이 사람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내가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유대인들이 웅성거렸습니다. “아니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 그의 부모도 우리가 다 아는 터에 하늘에서 내려왔다니 말이 되는가?” 그 말을 들은 예수님이 다시 말했습니다. “정말 잘 들어두어라. 나는 생명의 빵이다. 너희 조상은 광야에서 만나(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광야에서 굶주리고 있을 때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기적의 양식)를 먹고도 다 죽었지만, 하늘에서 내려온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요한복음 6장)

#풍경2 : 사도 바울도 ‘빵’에 대해 말했습니다. 그는 “올바른 마음가짐 없이 그 빵을 먹거나 주님의 잔을 마시는 사람은 주님의 몸과 피를 모독하는 범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각자 자신을 살피고 나서 그 빵을 먹고, 그 잔을 마셔야 합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죠. “주님의 몸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사람은, 그렇게 먹고 마심으로써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입니다.”(고린도전서 11장)

#풍경3 : 최후의 만찬 때였죠.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말했습니다. “받아먹어라. 이 빵은 나의 몸이고, 이 잔은 나의 피다.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마태복음 26장)

‘빵’과 ‘포도주’는 성경의 영원한 테마죠. 거기에 ‘예수님 메시지’의 알맹이가 담겨 있기 때문이겠죠. 성당이나 교회에서도 종종 봅니다.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의식(성찬례) 말이죠. 경건하기 짝이 없는 풍경입니다.

그런데 ‘현문우답’은 궁금해 집니다. 우리가 먹는 빵은 과연 ‘산 빵’일까, 아니면 ‘죽은 빵’일까. 산 빵이라면 어찌해서, 또 죽은 빵이라면 어찌해서 그런 걸까. 예수님은 명쾌하게 말씀하셨죠. “나는 살아 있는 빵이다.” 살아 있기에, 생명이 있기에 이 빵과 이 잔이 ‘예수님의 살과 피’가 되는 거겠죠.

그런데 사도 바울은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빵과 포도주를 먹더라도 무작정 ‘예수님의 살과 피’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이죠. 바울은 “주님의 몸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빵과 포도주를 드는 게 “주님의 몸과 피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죽은 빵’과 ‘죽은 포도주’를 먹는 셈이 되겠죠.

그럼 어찌할까요. 어찌해야 ‘주님의 몸’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을까요. 바울은 그 ‘열쇠’까지 꺼냈습니다. 빵을 먹기 전에 “각자 자신을 살피라”고 말이죠.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지라”고 말이죠. 무슨 뜻일까요. ‘나’를 먼저 녹이라는 뜻이겠죠. 선악과의 후예인 ‘나의 살’과 ‘나의 피’에 흐르는 욕망과 집착을 먼저 허물라는 뜻이겠죠. 그것이 허물어진 자리로 예수님의 피가 차고, 예수님의 살이 돋기 때문이겠죠.

예수님은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내가 너희 안에 거하듯, 너희가 내 안에 거하라” 그런 ‘온전한 거함’을 위해선 장애물을 치워야죠. 그래야 ‘예수님의 살과 피’가 내 안에 ‘주~루~룩’ 흘러들겠죠. 그때는 주님의 살이 내 살이 되고, 주님의 피가 내 피가 되겠죠. 그래서 주님의 몸이 내 몸이 되는 거죠. 그게 바로 ‘서로에게 거함’이죠. 그러니 우리는 물어야죠. ‘나는 지금 산 빵을 먹는가, 죽은 빵을 먹는가.’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