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깎고 복지늘리기式 공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주요 정당의 경제공약이 거창하게 나왔다.이들 공약이 지켜질 경우 나라경제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공약대로 될 경우 나타날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표만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주류(主流)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與)건 야(野)건간에 공약내용이 엇비슷하거나 재탕한 것이많다.신한국당 등 4당이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근로소득세인하와 중소기업지원확대다.표를 의식한다면 이 항목만큼 매력있는 분야가 없기 때문이다.근소세인하문제는 정부가 이미 검토작업에 들어가 있는데 신한국당은 그 공제범위를 정부와 비슷한 현행 20%에서 30%로,국민회의와 민주당은 50%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국민회의 등 야당은 또 국민부담을 덜기 위해 특별소비세의 폐지,부가가치세의 인하 등 전반적인 세율인하를 들고 나왔다.세율인하에 따른 재정수입을 어떻게 충당한다는 대안을 제시한 정당은하나도 없다.
이에 정부가 정면대응에 나섰다.나웅배(羅雄培)부총리는 『사회간접자본(SOC)확충 등 돈쓸 곳이 많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각종 세율인하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으나 정부는 이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분명히 했다.
우리는 羅부총리의 이같은 입장이 그대로 지켜지길 기대한다.그것이 바로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권은 이같이 세금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또 한편으론 하나같이 삶의 질(質)향상을 통한 복지국가를 실현하겠다고 앞뒤가 맞지 않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보다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 재원을 확보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중소기업지원에 관한 공약은 제도적인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 자금지원폭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그러나 그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내용은 어느 당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장미빛 청사진만나열한 꼴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가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1백가지에 가까운 이들 공약을 과연 유권자들이 제대로이해하고 믿음을 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정치권은 바로 이 점을 냉철히 생각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