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배울 때 몰입교육이 가장 효과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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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언어학자대회의 주요 초청 연사로 방한한 수전 로메인(57·사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영어를 배울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몰입 교육”이라고 22일 말했다. 이날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다.

로메인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영어 공교육 강화안’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서 자신은 ‘몰입교육 적극 지지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나쁜 외국어 교육법은 하루에 몇 시간씩 해당 언어만 공부하는 방법”이라며 일반과목을 영어로 배우는 몰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멸 위기에 처한 소수 언어 보존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언어학자다. 2003년 국내 번역 소개된 저서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에서 ‘언어 인권’과 ‘언어적 다양성’을 주장해 왔다. 정치·경제적으로 지배적인 언어가 소수 언어를 말살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모국어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다양한 언어를 배워가는 것은 ‘언어적 다양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영어의 세계적 확산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모국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라고 말했다. 가정에서 세대를 이어가며 실제로 쓰면 된다는 것이다. 한국어는 7000만 명 이상이 일상생활뿐 아니라 공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쓰고 있어 ‘언어의 위기’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영어 교육 열기와 관련해 그는 “유럽에서도 자녀가 ‘이중 언어 구사자’가 되길 바라며 5~6세부터 영어 조기 교육에 나서는 부모가 많다”며 “나이가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다양한 언어를 말할 수 있어야 지식의 폭이 넓어진다. 모국어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모국어를 지키고 말할 수 있는 ‘언어 권리’는 존중돼야 하지만, 다른 언어에 대한 관심과 교육도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多)언어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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