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혼다 ‘뉴레전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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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나온 ‘뉴레전드’는 이런 고민이 반영된 모델이다. 혼다는 4세대 레전드의 부분변경 모델인 뉴레전드를 세계 최초로 한국시장에 내놓았다. 그만큼 레전드의 한국 판매에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엔진 배기량이 3.5L에서 3.7L로 늘어났지만, 가격(6780만원)은 올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뉴레전드는 새로운 전설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외관만 보면 뉴레전드는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앞그릴과 헤드램프는 한층 날카로워졌다. 바깥으로 각지게 약간 튀어나온 리어램프는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자동차 같은 느낌을 준다. ‘뉴어코드’에서 보여준 공격적인 디자인이 뉴레전드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도요타와 디자인 면에서 차별화를 더해가는 듯하다. 키를 꽂고 시동을 걸었다. 국산 준중형차에도 장착될 정도로 버튼시동이 일반화됐지만 아직 뉴레전드는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최상급 모델로서는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렸다. 가속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쭉쭉 뻗어나간다. 가속성능에 비해 엔진소리는 꽤 조용하다. 비가 와서 차창을 닫자 실내가 고요하다. 엔진이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과 반대되는 주파수 대역의 파장을 발생시켜 소음을 잡아주는 ANC 시스템을 채택한 덕분이라는 게 혼다 측의 설명이다.

뉴레전드에서 가장 특징적인 건 4륜 구동 자유제어 시스템. 앞뒤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일반적인 4륜 구동과 달리 뒷바퀴의 좌우 바퀴 구동력까지 배분하는 기술이다. 4개 바퀴에 구동력이 어떻게 나눠지고 있는지는 운전자가 계기판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직선도로에서는 좌우 구동력에 차이가 없지만 톨게이트 진입을 위해 왼쪽으로 꺾어지자 오른쪽 뒷바퀴에 힘이 훨씬 많이 쏠리는 게 보인다. 그래서인지 코너를 안정감 있게 빠져나올 수 있다. 커브길뿐만 아니라 눈길·빗길에서도 안정성을 더해주는 기술이라고 한다.

전반적으로 볼 때 뉴레전드는 기술이나 성능면에서 앞서 있다. 문제는 뉴레전드가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6000만원대 세단’이라는 것이다. 렉서스 ES350, BMW 528, 아우디 A6 3.2 콰트로와 같이 쟁쟁한 경쟁자들과 겨루기엔 아직 ‘프리미엄 이미지’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가격동결에도 불구하고 6780만원이란 차값이 여전히 부담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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