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프리즘>내면연기 도전한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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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지난달 26일 폐막된 제46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존 트래볼타와브루스 윌리스는 기존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새로운 연기로 제2의탄생에 대한 기대를 낳게 했다. 70년대 "토요일 밤의 열기"이후 잊혀져가던 존 트래볼타는 "겟 쇼티"에서 영화제작자로 변신하는 건달역을 맡아 "펄프픽션"에 이어 또한번 주목을 끌고있다. 또 액션스타 브루스 윌리스는 "12마리 원숭이"에서 내면이 복잡한 배역을 맡아 자신의 연기영역을 넓혀 놓았다. 이 두편의 영화는 국내에도 곧 개봉된다. 베를린영화제에 참석한 두 스타를 현지에서 만나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브루스 윌리스를 스타로 키운 건 『다이 하드』시리즈다.이 말을 우리말 속어로 옮겨 놓으면 「골통」이라는 말에 가깝다.그가이 시리즈에서 맡은 배역 존 매클레인 형사가 그런 인물이다.약삭빠르게 머리를 굴려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순 간에도 그는 답답할 정도로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한다.범죄집단이 장악한 건물에 단신으로 들어가 악당들을 물리치고 혼자 땅바닥에 드러누워 낄낄거리는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미친 사람이다.그러나 그는 이런 일에 본능적으로 쾌감을 느낀다.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순간에도 그 이면의 유머를 찾아내기 때문일까. 윌리스는 어느 한 면으로 존 매클레인을 많이 닮아 있다.그의 이력서는 그가 고집스럽고 낙천적인 인물임을 보여준다.대학을 중퇴하고 가수를 꿈꿨던 그는 공장노동자,나이트클럽 바텐더,악단 하모니카 연주자,청바지 광고 모델,연극배우등 여 러 직업을 전전한 끝에 영화배우로 성공했다.
배우가 되고는 고집스럽게 액션에 주력했다.그러나 94년 칸영화제 대상수상작 『펄프 픽션』을 계기로 그는 「탈액션」의 움직임을 보인다.올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된 『12마리 원숭이』는 액션에서 내면으로의 연기 변신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그가 맡은 배역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인류가 멸망하자 지하로 잠복한 소수의 인물들이 과거로 돌아가 상황을 바꿔놓으려고 파견하는특수공작원.어느 한 시간대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정체성 부재로고통받는 인간의 내면을 드러내는 배 역이라 할수 있다.
-통상적인 당신의 개런티를 포기하고 이번 영화에 출연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마음에 들었나.
『주인공의 역할이 감정적으로 몹시 복잡한 인물인데 여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촬영기간 내내 미쳐 있었던 것 같았다.지금까지내가 배우로서 가보지 못한 감정상태까지 체험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 -이번 연기에 대해 미국 언론의 평가가 긍정적인데 개인적으로 결과에 만족하는가.
『극장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관객들이 받는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을까 싶다.화끈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위험해도 액션촬영 좋아 -액션스타로 성공했는데 이제나이 마흔하나다.앞으로도 액션영화를 계속할 계획인가.
『위험하지만 액션영화 촬영을 무척 좋아한다.「다이 하드3」 촬영때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순간 바람이 불어와 보호 그물 밖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죽을 뻔한 적도 있다.아직은 신체적인 조건에 이상 없다.배역이 마음에 들면 계속 할 생 각이다.다른영역으로 연기를 넓혔으면 하는 생각은 많이 한다.』(그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최고작을 출세작인 『다이 하드』를 제치고 『펄프 픽션』과 『12마리 원숭이』로 꼽았다) -대부분의 영화제는액션스타에 대해 인색한데.
『반드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액션스타도 좋은 연기를 하면 상을 탈 수 있다고 믿는다.』(윌리스는 아직 그럴 듯한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적이 없다) -『다이 하드』에 관객들의관심이 많은데 4편에 출연할 의향이 있는가.
『2편을 끝내고 TV인터뷰에서 「다이 하드」는 더 이상 안한다고 했는데 3편을 하게 됐고 흥행에도 대성공했다.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야심적인 시나리오 작가 누군가가 어디에서 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것이다.』 -영화배우와 가수,그리고 레스토랑 사업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어느 것을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다.딸이 셋이나 된다.내게 아이들은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선생이다.그 다음은 영화다.
노래는 그냥 취미로 할 뿐이다.사업가로서의 자질이라면 아내(데미 무어)가 나을 것이다.』 윌리스는 다소 피곤한 모습으로 인터뷰장에 나타났다.94년 서울에 왔을때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던 그는 비교적 진지한 모습으로 답변했다.또 『감독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때 『대본만 있으면 한다.대본 가진 것있으면 나한테 팔라』고 유머를 구사하기도 했다.그러나 개별인터뷰 직후 가진 기자회견장에는 30분 이상 늦게 나타나 기자들의빈축을 사기도 했다.
베를린=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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