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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마라톤 1㎞ 뛰다 운동화 벗겨진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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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MB(이명박 대통령)의 꿈은 끝나지 않았다.”

곽승준(사진)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17일 발행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마라톤 코스에서 1㎞ 정도를 뛰다 운동화가 벗겨진 상황이지만 (국민이)격려해 주면 다시 뛸 수 있다”고 이 대통령을 옹호했다.

곽 전 수석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시절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자 정책 공약을 만든 최측근이다. 이런 인연으로 인해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왕수석’이라는 국정기획수석에 발탁됐다. 하지만 그는 4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청와대 개편 때 물러났다.

곽 전 수석은 청와대를 그만둔 뒤 고려대 교수로 되돌아갔다. 복직한 지 한 달도 안 돼 부동산 금융에 대한 논문을 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SCI) 학술지에 제출했다. 9월에 개강하면 학부와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인터넷에 대한 준비 부족”=곽 전 수석은 인터뷰 초반 “일할 만한 상황에서 (청와대를)나오게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오랜 기간 보좌해온 입장에서 이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는 게 내 인생에서도 중요하다”며 “지금 시점에서 내가 나가는 게 대통령 입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애정만큼 쓴소리도 털어놓았다. 그는 “쇠고기 정국 초기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 특히 인터넷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대선 막바지에는 (참모진들이)댄스그룹 ‘원더걸스’와 ‘소녀시대’의 팬클럽 간 온라인상의 (다툼)사태까지 주시할 정도로 인터넷을 살폈다”며 “하지만 청와대에 들어오며 그 기능을 복원하지 못한 상태에서 쇠고기 사태를 맞았다”고 말했다.

◇“선거에 손해라면 올 스톱”=곽 전 수석은 4·9 총선 전 여권 내부 상황에 대해 “표에 조금이라도 마이너스(손해)가 될 것 같으면 ‘올 스톱(모두 중지)’이었다”고 정치권의 발목 잡기를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직)인수위 말부터 선거체제로 들어간 것 같았다”며 “(대통령이)가장 힘을 받고 개혁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에 두 달 이상 올 스톱하고 있었던 게 안타깝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관계와 관련해 “내 관할이 아니라 말하기 그런데…, 우리 팀이 하는 일이 국회 안정이어서 5월 10일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만난다고 해 우리 일에 탄력이 붙겠구나 하고 기대했다”며 “하지만 회동 이후 상황에 대해 많이 실망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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