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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객에 책 무료 대여하는 슈퍼주인 정명근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라면 하나를 사도 원하는 책을 얼마든지 빌려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 3백여권의 책을 비치하고 고객에게 무료로 빌려줘 화제를 모으고 있는 슈퍼마켓 주인이 있다.서울 목동아파트단지 「경기슈퍼」(1단지 관리동상가 102호)의 鄭明根(43)씨.
鄭씨의 가게는 『천년의 사랑』『매디슨카운티의 다리』등 꽤 알려진 베스트셀러와 신간을 빌려가는 주부 고객들로 잠시도 한가한틈이 없다.
『제가 워낙 책을 좋아했어요.가게에서 틈틈이 책을 읽다보면 손님들이 무슨 책이냐고 묻기도 하고 더러는 빌려달라고도 했지요.』 그러다 지난해 4월 「대신 담배를 끊겠다」는 약속으로 부인의 윤허(?)를 받고 아예 가게 한켠에 책꽂이를 설치해 대여서비스에 나서게 됐다.이후 소문이 나면서 인근 주부들이 단골로이용,하루 40여권씩의 책이 꾸준히 대여되고 있다 .
『계속 신간으로 갈아 넣기 때문에 월 10만원씩은 투자해야 합니다.손님들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이 없으면 하기 어려워요.』실제 鄭씨의 책꽂이에는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일본은 없다』등 최근 베스트셀러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1년이상 책을 빌려주다 보니 이곳 주부들이「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가장 선호한다는 등 의 독자 성향까지 파악했다는 그는 경기슈퍼 집계 베스트셀러로 『스물아홉의 사랑,마흔아홉의 성공』『천년의 사랑』『매디슨카운티의 다리』『이별없는 사랑』『남자의 향기』 등을 꼽는다.
특히 『스물아홉의 사랑…』은 책꽂이에 붙어있을 사이가 없을 정도였는데 「주인공의 눈물겨운 사랑이 주부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라는게 鄭씨의 분석이다.
책이 분실되는 등 속상할 때도 많고,가게 매출에 별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손님들과 독후감을 나눌 때의 즐거움」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鄭씨의 각오다.
역시 독서광인 부인 맹희재(41)씨와 함께 3년전부터 경기슈퍼를 운영해온 鄭씨는 앞으로 책과 관련한 사업을 해보는 꿈도 가지고 있다.
이경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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