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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방송 이어 또 … 신뢰 잃은 ‘공영방송 MB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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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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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의 ‘PD수첩’ 중징계와 관련해 17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공식입장을 밝혔다.

MBC는 “프로그램 기획의도가 공익성을 갖고 있더라도 내용 중 일부 오역과 생방송 중 진행자의 실수가 있었고, 이를 지체 없이 정정방송하지 않았다는 심의위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송 내용 전체가 불공정한 것으로 비쳐지고 일부 신문의 악의적 보도로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방통위로부터 공식 결정 문안을 받는 대로 재심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알렸다. MBC의 이 같은 주장은 심의위가 공정성·객관성에 관련된 심의규정을 위반해 징계한 내용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MBC 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 “야당 추천위원 3인이 심의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퇴장한 후 친정부 성향의 위원 6인들끼리 모여 일사불란하게 내린 심판”이라며 심의 결과에 불복함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심의) 처음부터 (박명진) 위원장은 탐사 프로그램은 선동이 될 수도 있다며 독기를 내뿜었으며, 심의기간 내내 처벌을 향해 달려간 더러운 표적 심판”이라고도 비난했다.

이런 내부 분위기로 미뤄볼 때 MBC가 심의위의 ‘시청자 사과’ 결정에 불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창근(미디어영상학부) 광운대 교수는 “심의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갈 경우 우리 사회는 소모적 논쟁을 계속하게 된다”며 “MBC는 심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고 주문했다.

◇MBC 신뢰도 흠집=간판 시사프로인 ‘PD수첩’이 공정성·객관성과 관련해 심의위의 중징계를 받음으로써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신뢰도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MBC는 그동안 다른 언론이 광우병 보도의 편향성과 숱한 의혹을 지적했음에도 자체 진상 조사 등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PD수첩은 심의위 의견진술을 하기 전날 밤까지도 50분간의 해명방송을 통해 일부 언론을 공격하는 데 집중했다. 한진만(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국방송학회장은 “‘PD수첩’ 사태는 그간 MBC 내부의 자율심의 규제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심의위에 가기 전 자체 조사와 사과 등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면 신뢰 추락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위 위원들이 16일 전체회의에서 강조했던 부분도 공정성과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였다. 박천일 위원은 “신문은 원래 정파성을 띠는 매체이므로 (매체끼리) 논조가 서로 엇갈려도 용인된다. 그러나 방송은 국민 재산인 전파를 쓰기 때문에 당연히 엄격한 공정성과 균형성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MBC 보도가 공정성과 관련해 비판의 도마에 오른 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방송이다. 탄핵방송 보도는 KBS 보도와 함께 한국언론학회로부터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공정했다고 말하기 힘들다”는 질타를 받았다. 미디어비평 프로인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2004)도 ‘대통령 부인 비하 발언’ 왜곡편집으로 방송위원회의 ‘주의’ 조치를 받았다.

◇“공정성은 저널리즘 최후의 보루”=한편 PD연합회는 시사 프로에 대한 공정성 심의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내기로 해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성은 토론과 자율의 영역이지 국가기관에 의한 심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양승동 PD연합회장)는 것이다. 미국 FCC가 1980년대 말 공정성의 원칙(fairness doctrine)을 폐기하고 선정성·폭력성 심의에 집중하고, 영국 BBC나 독일 ZDF가 시사 프로에 대해서는 심의하지 않는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손영준(언론정보학부) 국민대 교수는 “ZDF의 경우 내부에 정당· 주정부 ·학계 ·종교계 ·자치단체 등을 대표하는 77명으로 구성된 방송심의평의회가 구성돼 시사 프로에 대한 자체심의를 한다”며 “우리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양성희·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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