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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수당’ 주는 기업 때문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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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14일 금호타이어의 노사합의안을 보고받았다. 이 장관은 합의안의 한 대목이 걸렸다. ‘타결 격려금 50%’를 준다는 내용이었다. 보고를 하던 노동부 관계자는 “임·단협 타결 뒤 임금을 보전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그럼 파업을 격려한다는 얘기냐”고 언성을 높였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부(금호타이어 노조)는 8~11일 전면 파업을 했다. 회사 측은 하루 50여억원씩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7일에도 하루에 4시간씩 부분 파업을 했다. 이 기간 중 금속노조는 쇠고기 수입 반대 파업을 했던 날이 들어 있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모두 7일(하루 8시간 기준)간 일을 하지 않고도 월급(통상임금)의 50%에 해당하는 ‘파업수당’을 받은 셈이다.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이 장관은 기자에게 “정부는 불법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데…사용자가 이러면 잘못된 노사관행을 고칠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이런 일은 금호타이어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2006년 7월 현대자동차는 21일간의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됐다. 당시 사측이 먼저 조합원에게 월급의 50%를 생산격려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파업을 돈으로 막으려 했던 것이다. 노조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사측은 결국 파업이 끝난 뒤 각종 격려금 명목으로 월급의 150%와 조합원 1인당 200만원의 현금을 지급했다.

선진국에선 파업을 하고 돈을 받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파업으로 생긴 조합원의 임금 손실은 노조가 대주는 게 일반적이다. 파업이 길어지면 기금이 바닥나 파산하는 노조가 나올 수도 있다. 독일 금속노조(IG Metal)가 조합원의 75% 이상이 찬성해야 파업에 들어가는 것도 이런 재정적인 부담 때문이다.

파업부터 하고 보는 국내 노동계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파업→격려금’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관행에 일침을 놨다. 16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파업 뒤 기업이) 위로금으로 보상해 주는 종전의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경영계가 그에 맞는 행동을 보일 때다.

김기찬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