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초기 상환부담 낮추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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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뱅크를 통해 구제되는 신용불량자가 초기에 갚아야 할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배드뱅크 운영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13일 "채무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첫해에는 원리금을 조금만 갚고 이듬해부터 차츰 액수를 늘려가는 체증식 상환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8년간 빚을 갚기로 한 채무자의 경우 첫해에는 원금과 대환 이자(연 5~6%)를 합친 원리금의 6%만 갚도록 하고 이듬해에는 8%, 3년째는 10%를 갚도록 하는 방식으로 점차 상환액을 높인다는 것이다. 운영위는 또 배드뱅크 등록 선납금(원금의 3%)을 첫해 상환액에 포함시켜 채무자의 초기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운영위는 그동안 원리금을 매달 같은 액수로 갚는 원리금 균등분할 방식만 채택했었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채무자는 첫해에 등록 선납금과 원리금의 12~30%에 달하는 금액을 함께 납부해야 해 부담이 컸었다.

또 운영위는 채무자가 첫 2년간 원리금을 연체하지 않을 경우 3년째부터 대환 이자를 탕감해 주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럴 경우 채무자는 전체 원리금의 22~23%까지 경감받는다.

이 관계자는 "배드뱅크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40만명 가운데 상당수는 안정된 직업과 소득이 없어 다시 신불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이 취업 등으로 상환 여력을 가질 수 있도록 초기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운영위는 이와 함께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을 인수할 때 쳐주는 값을 명목가의 6~8%에서 평균 11%선으로 크게 높여주기로 했다.

한편 지난해 은행들이 개별적으로 채무재조정을 실시한 결과 전체의 절반 이상이 분할상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다시 신불자로 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12월 단독 신용불량자 2만명의 채무를 장기 상환으로 바꿔줬으나 이중 1만1000여명이 원리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했다.

◇배드뱅크=두 개 이상의 금융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의 연체채권을 한데 모아 관리.매각하는 부실채권 전담기관이다. 두 곳 이상의 금융사에 5000만원(원금 기준) 미만의 빚이 있고 이 가운데 일부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불량자가 원금의 3%를 먼저 내면 나머지 빚을 장기에 걸쳐 나눠 갚도록 해준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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