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각국 응원단 벌써부터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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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베이징올림픽조직위가 같은 유니폼도 입지 못하게 하고, 응원도구도 반입을 금지하자 당장 한국 축구 응원단인 ‘붉은 악마’에 비상이 걸렸다. 붉은 유니폼, 북, 대형 태극기, 대형 걸개는 붉은 악마의 필수 응원도구다.

붉은 악마의 결론은 ‘안 간다’다. 행정간사인 김정연씨는 “중국이 조직적인 응원을 하지 못하게 할 거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자율적으로 참가하기로 했는데 10명을 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도 붉은 악마의 응원은 할 수 없다. 김씨는 “어떤 형태의 조직적 응원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응원을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불상사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래서 제약이 심한 베이징 올림픽은 응원을 포기하고 9월 시작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최종 예선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붉은 악마는 피해갔지만 올림픽조직위와 다른 응원단의 갈등은 계속 될 것 같다.

호주 선수단과 응원단의 경우는 매우 위태롭다. ‘호주티베트위원회’는 중국어와 영어로 ‘나는 인권을 지지한다’는 글이 새겨진 티셔츠를 호주 대표선수와 관광객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티셔츠뿐 아니라 티베트 깃발을 새긴 배지와 스티커도 나눠줄 계획이다. 이 계획을 그대로 시행한다면 티베트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중국 정부와 한판 대결이 불가피하다. 더구나 이 캠페인에는 호주의 수영대표였던 미셸 엥얼스먼이 관여하고 있다.

호주티베트위원회는 “정치적·인종적 선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을 위배하지 않기 위해 티베트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하고 ‘나는 인권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위원회는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지 못하게 했다. 그 이전에 아마도 호주 선수단이나 관광객이 공항에 입국할 때 티베트와 관련 있는 모든 소지품은 압수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올림픽은 외국 손님을 불러들이는 게 아니라 오지 못하게 막는 이상한 올림픽이 될 것 같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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