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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잘난 노처녀들 고민 들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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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개성의 세 유부녀를 앞세운 코믹한 불륜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던 '앞집 여자'(MBC.2003년)의 권석장 PD가 이번엔 싱글 여성 세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결혼하고 싶은 여자'(김인영 극본)를 들고 돌아왔다.

'사랑한다 말해줘' 후속으로 오는 21일 방영하는 16부작 미니시리즈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30세 동갑내기 친구인 세 여자가 맘 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결혼 때문에 겪는 고민을 유쾌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맨날 '물만 먹는'('기사를 낙종한다'는 의미) 방송국 사회부 기자 신영 역에는 명세빈(左), 결혼 후에도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가난한 스튜어디스 순애는 이태란(中), 그리고 재벌가에 시집가 뉴욕에서 살다 백인 아이를 출산해 이혼 당하는 승리는 변정수(右)가 맡았다.

명세빈은 지금까지 보여준 청순가련형의 이미지를 벗고 확 망가진다. 치질이 심해 찾은 병원에서 자신의 항문에 손을 집어넣는 의사가 꿈에 그리던 첫사랑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라는 모습이며, 카메라 앞에서 리포트를 하기 전 긴장을 풀기 위해 하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속의 원빈 성대모사가 능청스럽다.

명세빈은 "연기자로서 늘 하던 것만 하면 지루하다"면서 "처음엔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와 달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막상 하다 보니 몸도 따라주고 아주 즐겁다"고 말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남자에게 차인 신영과 순애가 결혼하고 싶어 남자에게 목을 매는 반면 승리는 결혼은 부질없다며 장난처럼 연애만 고집한다.

세 주인공의 캐릭터가 모두 톡톡 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튀는 역할은 승리다. 재벌가의 며느리였다가 백인 아이를 낳고 이혼 당한다는 설정도 그렇지만, 이후 화려한 싱글로 살며 남자 꼬이기의 진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변정수는 이미 '앞집 여자'에서도 남편 앞에서는 완벽한 현모양처지만 뒤로는 남편 몰래 연애를 일삼는 애경을 연기하며 화려한 연애기술을 전수한 바 있다. 이번에도 영어회화를 가르치다 은밀한 대사로 은근슬쩍 키스를 하는 등 기발한 방법으로 남자를 꼬인다.

노처녀의 삼색사랑이 유부녀의 사랑을 누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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