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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산 포도 걱정 안 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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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 델라웨어 포도송이는 재래 포도보다 석달 빨리 영글어 새 농가 소득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주말 오전 대전시 대별동 송인태(39)씨의 포도 비닐하우스 내부. 송씨와 송씨의 부인, 어머니 등 세 식구는 탐스럽게 익은 포도 송이를 따느라 손길이 바쁘다. 야외에서 재배하는 포도나무는 아직 잎도 제대로 나지 않았는데 수확에 들어간 것이다. 이 포도의 품종은 델라웨어. 인체에 해가 없는 생장조절제 처리를 해 씨가 없다. 당도가 거봉 등 다른 품종보다 높다.

이날 송씨가 수확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으로 보낸 델라웨어 포도는 6㎏들이 세 상자다. 올 들어 전국에서 처음 생산된 포도이기 때문에 출하 가격이 ㎏당 4만원이 넘는다. 8월쯤에 따는 일반 포도(㎏당 1900원선.지난해 기준) 의 20배에 이른다.

가격이 비싸 생산량의 90% 정도가 서울로 나간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출하 시기가 조금 늦었는데도 가격은 지난해 첫날 출하 가격(㎏당 3만원선)보다 높게 매겨졌다.

송씨가 올해 이 하우스에서 따 낼 포도량은 1800㎏ 정도. 곧 전국의 포도농가에서 출하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겠지만 이 델라웨어 포도는 일반 작물에 비해 단위면적당 소득이 높은 편이다.

송씨는 1700평에 델라웨어 포도밭 400평을 비롯해 ▶캠벨얼리 포도밭 700평▶오이밭 600평 등 비닐하우스 3채를 운영 중이다.

송씨는 "비닐하우스 농사만으로 다섯 식구가 생활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송씨는 델라웨어 포도를 재배하기 위해 생산기법을 꾸준히 익혔다. 송씨는 15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농촌지도자 대전시연합회 포도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송씨는 올 포도농사를 위해 비닐하우스를 튼튼히 만들었다. 비닐을 세겹으로 씌웠다. 또 정부가 정한 규격대로 비닐하우스를 지어 지난달초의 기습 폭설에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 한겨울에는 온풍기 등을 동원해 하우스 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12월말 델라웨어의 새싹이 돋아난 데 이어 올해 1월 하순부터는 꽃이 피기 시작했다.

그의 고향인 대별동은 국내 대표적인 도시 근교 포도 재배지다.지난해의 경우 327농가가 130㏊(39만평)의 땅에서 1870t을 생산해 69억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달부터 한국와 칠레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전국의 포도농가가 비상이다. 일부 농가는 포도밭을 갈아 엎고 대체 농작물 재배에 나서고 있다. 값싼 칠레산 포도가 밀려오면 국산 포도가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별동의 포도농가는 꿈쩍도 하지 하지 않는다. 송씨는 "품질로 승부하고 경영비를 낮추면 칠레산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도 상품의 경쟁보다는 난방용 기름값과 농자재값이 최근 많이 오른 것이 더 부담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전시농업기술센터 문승주 과수 담당은 일본과 FTA가 체결되면 농업 분야에서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유리할 것이란 전문가의 분석이 있다"며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고급 포도의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대전=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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