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선우중호 서울大 신임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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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 총장은 우리 사회 최고의 지성이라고 일컬어진다.자타가공인하는 우수한 학생과 국내 최고 수준의 교수진을 대표하며 우리나라 교육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교육개혁의물결속에 각 대학이 경쟁력 향상을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3일 제21대 서울대 총장에 취임한 선우중호(鮮于仲皓)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크다.본사 권영빈(權寧彬) 논설위원이 鮮于총장을 만나 「20세기 마지막 서울대 총장이자 21세기를 여는 첫 총장 」으로서의 서울대 발전 구상을 들어보았다.
-공과대 출신 교수로서는 처음으로 서울대 총장에 취임하셨는데우선 축하드립니다.직선제 총장선출 방식에 대해 교수들간에 찬반양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직접 경험해 본 결과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교수들의 투표를 통해 당선된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동시에 많은 교수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됩니다.그런 면에서 직선제는 임명제에 비해 인식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총장 직선제에 대해 찬반 양론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특히 총장을 적합한인물보다 이해집단의 필요에 의해 선출한다면 문제가 있습니다.이런 문제만 시정된다면 직선제는 바람직한 것입니다.이번 선거는 그런 점에서 좋은 분위기에서 치러졌고 후유증도 없는 듯합니다.
』 -가장 우수한 학생을 뽑아 바보로 만드는 게 서울대라는 혹평도 있고,최근에는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기도 했습니다.물론 이에 대한 서울대 옹호론 등도 나왔습니다만 신임 총장으로서 이에대한 반론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혹평은 서울대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편달(鞭撻)로 생각합니다.그분들이 진정으로 서울대를 없애고 싶어하는 마음은 아닐테니까요.서울대는 그동안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 많은 학생들의 희망의 대상이 돼 왔습니다.그만큼 좌절하는 학생도 많았고,이들을 바라본 많은 사람들이 폐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대학은 평준화보다 경쟁력이 필요합니다.현재 사회 각 분야에서 서울대 졸업생들이 많은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이는결코 이들이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객관적으로 평가받은 결과로 나타난 것입니다.
』 -현재 사립대들의 발전과 약진이 눈부실 정도입니다.서울대는시설이나 재정지원등 자기 발전을 위해 어떠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습니까.
『현재까지 서울대는 교수의 증가나 시설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했습니다.그러나 아직 세계적 대학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흡합니다.더 많은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선진국 대학과 비교해 서울대에 과연 몇 점이나 줄 수 있겠습니까. 『현재 서울대의 수준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교수대 학생의 비율만 하더라도 3만여명의 학생에 교수는 1천4백명,그것도 의대쪽의 교수등을 고려한다면 1천1백50명 수준으로 1대27정도에 그칩니다.
이는 외국의 주립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되는 실정이고 주변의대만이나 태국에 비해도 열악한 상황입니다.그래도 연구업적이나 사회에 대한 기여도 등을 살펴본다면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있어 서울대는 국립대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국립대로서 발전하기 위한 특별 복안은 없습니까. 『국립대는 사실 국가가 가진 교육정책의 철학에 달려있는것입니다.서울대로서도 정부측에 많은 설득과 요구를 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국가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국가가 엘리트교육을 원한다면 집중적인 발전이 이뤄지겠지만 만일 대 학을 일정 수준의 대중교육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그쪽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우리나라엔 많은 대학이 있습니다만 그중 한두 대학을 집중적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이제는 경쟁력 있는인재를 배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관악캠퍼스는 외형상으론 상당히 크긴 합니다.그러나 최근 제2캠퍼스를 몇몇 사립 명문대와 함께 통합캠퍼스로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통합캠퍼스 이야기를 최근 보도에서 보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국립대와 사립대가 통합운영된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지금의 관악캠퍼스도 60년대 후반에 기획된 것으로 이같은 발전을 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입니다.이제 여러가지 여건이 바뀌어 연구소와 기타 교육시설이 더 필요하지만 현재의 캠퍼스에는 건물이 더 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는 실정입니다.
이같은 필요성과 함께 남북통일을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서울의 북쪽지방에 제2캠퍼스를 기획하기도 했습니다.현재는 서울대 나름의 제2캠퍼스안을 구상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일본의 게이오대학 후지사와캠퍼스등을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그와 비슷하게 지난해 부총장직에 있으면서 사립대와 공동추진을 연구해 본 것은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다.구상단계에 그쳤고 실무적인 공동작업은 없었습니다.사립대와 국립대의 연계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많습니다.또 반드시 사립대와 공동캠퍼스를 구상해야 경쟁력이 높아지고발전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공동캠퍼스는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대학의 내실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정적 지원과 인력확보등이 절실한데 그런 필요성에서 서울대특별법도 추진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사실 서울대는 국립대로서 제약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총장의직원 인사권도 제대로 없고 예산도 정부가 제한하고,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부분이 너무 적습니다.대학은 자율성이 생명인데 실제 운영은 너무 경직돼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대학 자체 수입이나조직개편등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대학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서울대특별법의 기본취지죠.물론 각 분야의 목소리가 높아지니까 정부로선 전체적인 평준화를 취하면 불협화음은 쉽게 없앨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학은 그 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입시에서 사상 처음 3백여명의 서울대 합격생이타대학으로 갔습니다.앞으로 입시에서 대학의 자율성이 더욱 강화됩니다.새 입시에 관한 구상과 방향은 어떻습니까.
『특별한 방안을 구상한 것은 아직 없습니다.국립대는 기본적으로 정부의 방침에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복수합격자 3백여명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바람직한 일입니다.학생들이 자신의 적성보다 성적에 따라 대학.학과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것 입니다.일부에서는 상당히 혼란스럽다고 보고 있지만 학생 당사자에게는 아주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서울대는 그동안 본고사를 고집해 왔습니다.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수학능력시험만으로 뽑으려니까 논리적사고가 떨어지는 등 부족함이 많이 나타났습니다.앞으로는 논술만을 치르게 되는데 자칫 시험을 위한 논술로 천편일률적인 답안이작성되는등 부작용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이제는 교육의방향도 안정되고 이에따라 고교교육도 정상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제 탄력운용 필요 -자연대는 이미 전체단위로 모집하고 있지만 인문계열의 학부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대학원중심 대학과 학부제 확대가 임기중 과제일텐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학부제에 대한 강제적 정책은 부작용만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각 단과대학이 알아서 하는 것입니다.그동안은 지나치게 학과가 세분됐고 모든 정책이 학과를 기본단위로 해 이뤄졌기 때문에 많은 폐단이 나타났던 것입니다.고등 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학과를 선택하라는 것도 큰 문제였고 학과간 벽이 생겨난 것도 큰 문제였습니다.지나치게 세분된 공부만 시켜편협된 학생들을 배출하는 것도 문제였습니다.이제는 자율성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야 합니다.』 -서울대 교수채용은 폐쇄적이고 80% 이상이 업적평가에서 제외되는 부교수급 이상입니다.타대학 출신을 중용하는 공개채용과 연구평가의 획기적 방안은없습니까.
『교수업적평가는 서울대가 가장 먼저 실시한 것입니다.그러나 실시되자마자 많은 교수를 교체하는 것이 제도의 본질은 아닙니다.점진적으로 연구하는 분위기와 여건을 만들어나가면서 업적평가를철저히 하면 공부하지 않는 교수는 자연도태될 것 입니다.현재 학부교수는 대부분 서울대 출신이지만 대학원과 학위수여등은 다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대학간 교류의 필요성에 따라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타대학 출신으로 채용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는 있겠으나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는데 최고의 교수진을 뽑아야 하는 것은 필수적인 문제로 쉽게 채택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물 공부하며 세상배워 -鮮于총장은 「물박사」로 알려져있고 평화의 댐 건설당시 자문발언이 문제가 돼 총장선출시 학생들의 반대여론도 있었는데 당시 소신에 지금도 변함없습니까.
『당시의 자문은 사회적 여건과 상황에 대한 판단이라기보다 주어진 전제에 대해 순수하게 공학적으로 필요한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연구해 보는 것이 필요해 이뤄진 것입니다.즉 금강산댐 완공을 전제로 우리가 해야될 일이 무엇인가를 연구한 것입니다.물론그때도 금강산댐을 만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평화의 댐은 필요한 것이었고 그 같은 연구에 대해 지금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을 다스리는 일은 예부터 국가건립과 정치의 기본으로 삼았는데 일종의 치수(治水)학문인 수문학이 서울대를 운영해 나가는데도 큰 도움이되겠습니다.
『(웃음)공학으로서 수문학이 치수의 본뜻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물공부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큰 도움이 됐습니다.세상 사는 것도 물 흐르듯 해야 한다는 일종의 인생공부가 된 것이죠.』 -선우종원(鮮于宗源) 전 국회사무총장이 선친이시고 형제중에도 저명인사가 많습니다.가훈이랄까,평소 자녀 교육의 지침은 무엇입니까.
『선친께서는 저에게 늘 올바른 길을 걸어야 한다고 가르치셨고저도 집안에서 항상 정직하게 정도를 걷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오랜시간 감사합니다.

<선우중호 총장 약력> [정리=곽보현 기자] 선우중호(鮮于仲皓.56)총장은 74년부터 서울대공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해 오면서 79년 교무부처장,89년 도서관장,94년 공과대학장 등을 지냈다.
鮮于총장은 지난해 3월 이수성(李壽成)총장 취임과 함께 부총장에 임명됐으나 李 전총장이 국무총리로 발탁되면서 총장직무대행을 겸했고 지난 2일 총장선거에서 1위로 뽑힌 뒤 대통령의 임명을 통해 서울대 3대 직선 총장에 올랐다.
鮮于총장은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수문학박사로 한국수문학회 부회장,한국수자원공사 이사,국립대학 도서관장 협의회 회장등을 역임. 선우종원(鮮于宗源)전 국회사무총장의 5남1녀중 차남인 鮮于총장은 부인 한신자(韓信子.53)씨와 2녀.형제중엔 막내동생인 선우석호(鮮于奭皓) 홍익대 경영대 교수가 학계에 몸담고 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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