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유권자 눈끄는 총선관련서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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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4월11일 치러질 15대 총선 특수를 맞아 출판가에 선거전략및 달라진 선거법을 해설한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표 참조〉 이런 가운데 우리 선거문화의 현실을 냉정하게 조명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한 교양서들이 나와 관심을 모은다.
선거관계자를 겨냥했던 기존 서적들과는 달리 유권자를 대상으로역대 선거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성숙한 선거풍토의 정착을 바라고 있다.
우선 역대 총선의 허실을 다양한 통계자료로 파헤친 평론집 『보이는 선거 감춰진 선거판』(명경刊)이 눈에 띈다.
한국갤럽 이사를 거쳐 현재 미디어리서치 전무로 재직중인 여론분석 전문가 안부근(安富根)씨가 낸 이 책은 12대 총선부터 지난해 6.27 4대 지방선거까지 모두 9개의 선거를 각종 도표와 숫자로 집중분석한다.또한 각 선거와 맞물린 당시 정국흐름의 뒤에 깔린 여러 정당들의 움직임과 의도도 세밀하게 포착,마치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읽는 느낌이다.
安씨는 우리 선거는 국민보다 자기 이익을 찾아 이합집산하는 정당들의 행태에 따라 철저하게 왜곡돼 선거 전에 대부분의 결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13대 총선 이후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기승을 부려 15대 총선도 이같은 기본틀을 답습할 것이라고 예측해 우리를 허탈하게 한다.
그는 의석률을 득표율로 나눈 대표율이란 개념을 동원한다.85년 12대 총선에서 전국구 제도와 한 선거구에서 두명을 뽑는 중선거구제 이점을 살려 낮은 득표율로 국회를 장악한 민정당의 대표율(서울기준)은 1.69.이상적인 수치를 1로 볼 때 0.
69만큼 불로소득을 올린 셈이다.그러나 소선거구제를 선택한 88년 13대 총선에서 민정당의 대표율은 0.91.대신 지역바람을 탄 평민당은 12대(당시 신민당)1.16에서 1.50으로 껑충 뛴다.
호남은 물론 공화당을 미는 충청지역에 한바탕 불어닥친 지역주의 과실을 챙긴 결과다.
安씨는 92년 14대 총선에서도 막판에 국민당의 출현으로 이같은 지역분할이 재현되고 이번 총선도 13대와 같이 4파전 양상을 보여 지역주의의 재탕이 될 것을 우려하며 정책과 인물을 기준으로 하는 유권자들의 양식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갤럽연구소에서 펴낸 『한국인의 투표행동』도 지난해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편협한 지역 이기주의 실상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세태에 반기를 들고 나선 책이 『창조적 참여를 위하여』(지정刊)다.오염투성이가 된 선거판에서 소외된 유권자들의주체적 참여를 내세우며 선거 전반을 여성.경제.언론등 모두 9개의 항목으로 세분,각계 전문가들의 고충스런 당부를 담고 있다. 낡고 병든 정치문화를 일반인들 손으로 바로잡자는 취지.열린사회연구소 손혁재소장은 『지역주의는 우리가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과제』라며 『정치의 선진화는 결국 현명한 유권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세대가 요구하는 선량을 골라내는 일은 이제 유권자들의 한표에 달렸다.또다시 지역주의를 택할지,아니면 비전과 정책을 택할지 유권자들의 책임이 더욱 묵직하게 다가오는 때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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