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데뷔40년 회고展 갖는 작곡가 백병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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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작곡가 백병동(白秉東.서울대 음대교수.사진)씨의 회갑과 데뷔40주년을 맞아 「백병동 회고전:40년의 작품궤도」가 오는 3월17일 오후4시.7시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린다.1부(피아노곡.가곡)와 2부(국악.실내악) 프로그램 사이에는 기념음반(한국 BMG)과 산문집 『소리의 사제(司祭)』 출판기념 리셉션도 갖는다.白씨는 기자와 만나 기념행사를 갖는 심경을 털어놓았다.
『제자들이 기념음악회를 하자고 극구 졸라대서 「회갑」이라는 말을 넣지 않는 조건으로 허락했다.올해가 마침 데뷔 40주년이되는 해여서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 -연주.
작곡.평론 중에서 어느 분야가 가장 낙후돼 있다고 보는가.
『작곡 분야가 가장 낙후됐다는게 중론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오히려 작품이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이 배출됐지만 거의 외국에서 유학한 후 콩쿠르에 입상한 것이 아닌가.작곡은 국내교육을마친 후 국제콩쿠르에 입상하는 경우가 많다.오히려 작곡이 앞서있다고 자부한다.평론이 가장 낙후돼 있다고 생각한다.
신문에서도 평론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같다.』 -창작진흥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음악의 원동력은 창작곡에서 나온다.지난해 「베르디 페스티벌」처럼 돼버린 광복50주년 기념연주회는 작품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TV에서도 연예와 예술을 혼동하고 있다.「열린 음악회」같은 이벤트성 공연을 매주 TV로 방송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외국에서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이벤트때만 한다.』 -가장 아끼는 작품은.
『75년에 발표한 「3개의 오보에와 관현악을 위한 진혼」이다. 신동엽 시인을 추모하는 뜻에서 스케치해놓은 오보에 3중주를협주곡으로 만든 것이다.
모친상을 당해 죽음을 가까이 체험한 것이 계기가 돼 작곡한 것이다.』 -가장 좋아하는 악기는.
『오보에와 비올라.호른 등 중음역 악기를 좋아한다.관현악곡을들을 때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바로 숨어있는 악기 때문이다.특정악기가 돋보이게 하려면 배경이 되는 중음역 악기를 제대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작곡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작곡가들에게 가장 결여된 것은 작가정신이다.작가만이 가질 수 있는 세계.표현.정서가 부족하다.작가의 개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위기가 아쉽다.』 -독일에서 윤이상 선생을 사사했는데….
『독일에 가서 윤선생을 처음 만났다.평론가 이상만씨는 나.강석희.김정길.최인찬씨에게 「하노버 악파」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다행히 국내에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최소한 윤선생의 이름에 먹칠하지는 않았다고 자부한다.』 음악평론가 이강숙(李康淑)씨는 『객석』3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대학 동기동창인 백병동씨의 음악세계를 이렇게 요약한다.『그의 몸은 유인도(有人島)에 있지만 마음은 무인도(無人島)에서 산다.무인도에서 혼자부르는 노래가 바람을 타고 유 인도로 간다.그의 노래는 섬사람들이 모두 부르고 있는 유행가류(類)가 아니다.
그래서 그는 다수보다 소수가 좋아한다.많은 사람들이 그 소수이고 싶어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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