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동네 창업, 입소문으로 단골 만들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불황기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보다 단골을 잘 관리하는 영업 전략이 유용하다.

특히 오고 가며 마주치는 지역 주민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마케팅은 불황을 극복하는 최고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서울 사당동에서 ‘치킨조치’(www.chickenjochi.co.kr) 남성역점을 운영하는 이봉춘(59)씨가 대표적 사례. 이 지역 30년 토박이인 그의 가게는 동네 사랑방이나 다름없다. 그는 “동네 사람들이 편안하게 와서 이야기도 하고 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을 대로변에 열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도록 했다. “매장 입구를 테라스로 꾸며 파라솔 테이블을 놓고 지역 주민들끼리 이야기하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지역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어요.”

지난달 초 가게를 열면서 그는 주변 노인정, 동사무소, 조기축구회 등 각종 동네 단체를 위한 무료 시식회를 열었다. 오전에는 홍보 전단을 배포하며 활발하게 동네를 누볐다. 배달 주문을 하는 고객에게는 서비스 차원에서 1000원 할인 상품권을 준다.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어느 정도 마진율 감소를 감수해야 하지만 실보다 득이 많죠. 치킨집은 동네 장사니까 고객 관리가 생명입니다.” 6명의 직원이 있지만 서빙은 이씨의 몫이다. 그는 “지역 주민들의 안부도 묻고 근황도 살피고 인사도 나누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현재 60㎡ 규모 점포에서 하루 100만~13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지역민 취향과 씀씀이 파악해야=서울 구로공단 근처 아파트단지 내에서 닭강정전문점 ‘강정이 기가 막혀’(www.gangjung.com)를 운영하는 김진협(32)씨는 5월 말 점포를 내고 얼마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픈 예정일보다 한 달 앞서 전단을 뿌려봤지만 손님이 별로 없었다. “공단 주민들은 경제사정상 외식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고민 끝에 그는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1주일에 한 번 시식행사를 했다. “여섯 가지 강정 메뉴를 골고루 맛보게 하고 어떤 메뉴를 어느 정도의 가격대에 만족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했어요.” 또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부모의 지인들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에 힘썼다.

매출이 안정되자 그는 ‘줄 서는 점포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줄 선 가게를 한번쯤 이용해 보고 싶은 게 사람들의 심리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방과 후 어린이 고객이 그 첫 대상이었다. 불고기강정·간장강정 등 달콤한 맛이 강한 메뉴를 인근 학교 하교시간에 맞춰 조리했다. 400g짜리 1인용 패키지 메뉴(5500원)를 주문하는 어린이 고객들로 매장이 붐비면서 입소문도 났다.

◇지역민과 친숙한 이미지 만들어야=경기도 부천시 괴안동에서 추어탕전문점 ‘남원골미당추어탕’(www.midang.co.kr)을 운영하고 있는 정대수(54)씨의 주요 고객에는 부녀회·양로원·교인이 많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면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옮긴 교회의 교인들은 물론 꾸준히 아파트에 전단을 넣으며 친숙해진 부녀회도 단골이 된 것이다.

특히 그는 오픈 이후 지금까지 노인들을 대상으로 추어탕과 곰탕을 1000원 할인해 주고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노인들이 부담 없이 찾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는데 덕분에 점포 이미지까지 좋아졌어요.” 가족단위가 즐길 수 있게 메뉴 구성이 돼 있는 것도 장점. 그의 점포는 조부모·부모·자녀들까지 3대가 찾는 사례가 많다.

25년간 은행에 근무했던 그는 지역 은행과 연계한 쿠폰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은행에 쿠폰을 비치해 두고 쿠폰을 가지고 방문하는 지역 주민에게 10% 정도를 할인해 줄 예정이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