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처럼 '시리즈 면도기'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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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크론베르크. 1921년 설립된 뒤 67년 미국 질레트, 2005년 P&G에 합병된 전기면도기의 강자 브라운 본사가 있는 곳이다. 2일 현지에서 만난 곤살레스 후르타도(45) 사장은 “BMW·도요타 같은 명차들을 벤치마킹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브라운은 마케팅은 BMW, 생산은 도요타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BMW는 차 시리즈 번호가 높을수록 기능과 옵션이 많고 비싸다. 이 방식에 따라 브라운도 기본 기능은 같지만 시리즈 번호가 높을수록 다양한 옵션을 추가하는 식으로 50여 개에 달하던 면도기 모델을 5개 시리즈 20여 개 모델로 정리했다. 즉 1(단순면도 기능)·3(삼중 칼날)·5(고성능 칼날)·7(자동세정 기능)·Z(제모 기능) 시리즈다. 소비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매장 진열도 시리즈별로 정리했더니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그는 “미국과 독일 시장에 지난해 7월 BMW식 면도기 라인업을 선보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미국에서는 시장점유율이 1년 만에 9%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독일의 3B하면 벤츠·BMW·브라운을 꼽을 만큼 우리 회사의 기술력은 최고다. 특허는 7000개가 넘는다. 그러나 면도기 판매에 있어서는 종류가 너무 많아 효율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BMW의 라인업을 벤치마킹했다”고 덧붙였다.

다시 차로 3시간 걸리는 발뒤른 공장. 1100여 명의 근로자와 200여 개의 로봇이 면도기와 제모기 조립라인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의 특징은 도요타식 생산. 올 초 일괄 공정을 각 작업장 단위로 세분화하고 작업장별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제품 모델이 바뀌면 라인을 통째로 바꾸지 않고 몇 개의 작업장만 교체해 생산할 수 있고 불량품도 즉시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하엘 힐타미어 공장장은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도요타 방식을 도입했다. 불량률을 줄였고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르타도 사장은 한국 시장에 대한 큰 기대감도 나타냈다.

“한국에서의 매출 중 60%가 20만원대 이상인 프리미엄 면도기에서 나온다. 거꾸로 미국은 60%가 중저가 시리즈에서 나온다. 한국 소비자는 프리미엄·디자인·품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미국·일본·독일보다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10월 아시아에선 가장 먼저 한국에 BMW처럼 시리즈 라인으로 재단장한 브라운 면도기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크론베르크·발뒤른(독일)=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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