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스살롱>건축가 김원씨 부인 박정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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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절차탁마(切磋琢磨),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진정한 고집.독립기념관 마스터플랜을 짜고 한국종합전시장.
쎈뽈수도원 서울관구 성당.국립국악당을 비롯한 여러 굵직한 작품을 설계한 건축환경연구소 광장의 김원(金洹.53) 대표이사도 이 3박자를 영락없이 갖춘 인물로 통한다.한국 건축의 대가(大家)로 자타가 공인하는 위치에 우뚝 서있는 지금도 부인 박정애(朴正愛.52)씨는 안쓰러운 느낌부터 앞선다고 푸념한다.
『사실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고 답답했어요.한번은 담배를 하도 피우길래 그깟 담배 하나 못끊느냐고 했다가 혼났어요.모르면가만 있으라는 거지요.곰곰 되씹어보니 워낙 말없는 양반이 담배라도 안피우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생각이 들긴 하 더군요.구체적으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그이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하지못하는 세상이 야박스럽기도 하고요.』 속내를 털어놓지는 않지만남편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쉽게 돈도 벌고 속 편하게 살 수 있을텐데도 천성(天性)인 고집으로 인해 너무 힘들어하는게 안타깝다는 투다.
『남들은 제가 그이한테 늘 이기는 줄 알 거예요.저는 성격이직선적인 편인데 그이는 조용하거든요.그런데 실상 이겨본 적이 없어요.한번 틀어지면 열흘이고 한달이고 아예 말을 안해요.원래말없는 사람이 의도적으로 입을 닫아버리면 오죽 하겠어요.저절로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죠.』 그렇지만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인연으로 서로를 누구보다 깊숙이 이해하고 있다.부산태생인 두사람은 같은 초등학교를 다닌데다 집안끼리도 잘 알아 金대표이사가 경기중.고를 다닐 때도 방학때면 꼬박꼬박 의사인 朴씨 선친에게 인사를 다녔기 때문.
朴씨가 이화여대 기악과(피아노 전공)에 입학해 당시 서울대공대에 다니던 金대표이사를 서울에서 만날 때도 피차 연애감정은 없었다고.
『그런데 대학 3~4학년땐가 방학때 갑자기 집에 와 피아노를가르쳐달라는 거예요.돌이켜보면 이성(異性)으로 느끼고 접근했던것같아요.』 그후 1,2년가량 지난 67년 두사람은 자연스레 결혼했다.
『일반적으로 건축가라면 세상 편한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그렇지만 그이는 아니더라고요.본인은 예술적 차원에서 생각하는데 비해 일반인들은 그냥 종이에 그림만 그리면 되는 정도로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인가 봐요.』 1주일의 많은 부분을 성당 일에 바칠 만큼 신앙심이 돈독한 朴씨는 『미국 프래트예술학교 석사과정에 다니는 딸 지영(智瑛.27)과 경복고 1학년인 아들 태윤(兌潤.17)이 바르게 커 더없이 다행스럽다』면서도 「항상 몇년이 지난후에 제대로 평가받는 그이의 고집이 제때 인정받기」를간절히 소망한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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