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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 '북핵 경고'…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북한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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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반기문(왼쪽) 외교통상부 장관이 25일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접견실에서 방한 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25일 북한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에서 반 장관은 처음부터 직설적인 어법으로 북한을 압박해 갔다. 이례적으로 강한 톤이었다. 그는 이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똑같은 취지의 강경발언을 토해냈다. 힐 차관보도 반 장관의 예상 밖 발언에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정부 당국자들은 최근 북한이 취한 일련의 핵 관련 조치들에 대해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다. 한 당국자는 "아무리 양보하고 설득해도 '조금만 더'를 반복해 외치고 있는 모습"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더욱이 2월 북한의 핵보유 선언 이후 흔들리기 시작한 우리 정부의 입지는 최근 영변 원자로 가동 중단에 이어 핵실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좁아질 대로 좁아졌다.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물러설 공간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로서는 최근 미국 측의 반응이 심상찮다는 점도 곤혹스럽다. 강경파는 물론 미 행정부 내 협상파를 자처하는 인사들조차 비관론을 얘기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계속 잡아두려면 우리도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며 "반 장관의 이날 발언은 대북.대미 메시지를 동시에 담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반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라는 북한의 요구는 매우 비현실적"이라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은 주권국가'라고 밝힌 것은 외교적으로는 할 만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계속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얘기하지만 미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도 북한에 위협을 가하는 국가는 없다"고도 했다. 6자회담을 거부하는 북측의 명분을 송두리째 무시한 셈이다.

◆ 그래도 희망은 있다=반 장관은 그러면서도 회담 재개에 대한 희망을 감추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국의 노력에 기대를 걸었다. "중국이 매우 강력하게 북한을 설득하고 있으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해찬 총리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23일 회동을 계기로 북한이 당국 간 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6자회담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 북 "제재는 선전포고"

북한은 25일 "미국이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끌고 가고 싶으면 가보라"며 "우리는 (미국의) 제재를 곧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중앙통신 기자와의 회견에서 "6자회담 참가를 위한 조건과 명분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며 "6자회담 개최를 위해 미국은 하루빨리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북 핵실험 2~3분 내 남한서 탐지
폭발 때 지진파 … 원주와 전방 곳곳에 관측소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플루토늄을 확보한 북한이 핵실험을 거치면 정교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핵실험을 하고 나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대열에 들어가게 된다. 외교적인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인도가 1974년 토목공사 등 평화적 목적(PNE)이란 명분으로 핵실험을 한 뒤 핵무기비확산조약(NPT)이 강화됐다. 그러나 인도는 이때부터 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았다.

때문에 한.미는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준비하는 징후를 탐지해 내는데 정보력을 모아왔다. 핵 실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지상 핵실험은 방사능 오염이 치명적이라 북한도 지하 핵실험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평양 이북 개마고원 등 산악지역에 동굴을 판 흔적을 찾는 것이다. 지하 핵실험을 위해선 깊이 50~수백m의 수직 갱도가 필요하다. 그 갱도에서 파낸 흙이 산더미 같아 외부에 노출되지 않게 감추기는 어렵다. 북한은 노출을 피하기 위해 8000여 개의 북한 내 지하시설을 재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실시하면 그 흔적은 여러 경로로 탐지된다.

먼저 잡히는 것이 지진파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지하 핵실험 규모는 10~20Kt(킬로톤=다이너마이트 1000톤의 폭발력)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폭발에 의한 지진파는 한반도는 물론 중국.일본, 지구 속 맨틀을 지나 다른 대륙에서도 잡힐 수 있다.

지진파의 P파는 초속 6~8㎞, S파는 3~4㎞의 속도로 전달된다. 1000㎞ 밖에서도 2~3분 안에 포착된다는 계산이다. 특히 지하폭발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지진파는 자연에 의한 일반 지진파와 달리 초반에 큰 진폭이 형성됐다가 급격히 감소한다. 일반 지진파에서 나타나는 여진이 없다. 더 자세히 보면 핵실험 지진파의 진동수는 일반 지진파보다 훨씬 많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을 탐지하는 지진관측소를 설치해두고 있다. 원주에는 미국이 옛 소련의 핵실험을 탐지하기 위해 설치한 관측소가 있다. 냉전 후 한국이 인수했다. 또 90년 이후 전방지역에 일정 거리마다 지진관측소를 설치하고 이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평양 부근에서 발파된 다이너마이트 1t 규모의 지진파도 탐지해낸 적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경로는 핵실험 직후 지표면에서 빠져나오는 소량의 방사능 물질을 탐지하는 방법이다. 핵실험 지진파가 탐지되는 즉시 정찰기를 띄워 북한 상공의 공기를 수거해 분석하는 것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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