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誕生 100돌 디지털 방송시대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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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올해 라디오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유럽에선 디지털 라디오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한창이다.
지난해 BBC.도이치 벨레.프랑스국제라디오(RFI)가 공동연구팀을 발족시켜 유럽 최초의 디지털 방송(DAB:DigitalAudio Broadcasting)을 시작했고 다른 유럽국가들도 곧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이들이 결성한 「유 럽 DAB포럼」은 지난해 10월 런던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DAB는 라디오의 제2 황금기를 예고하고 있다.기존의 아날로그방식에 비해 같은 주파수 대역을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의 수효가 크게 늘어나게 된 것.현재 파리지역에서 방송되는 DAB채널만 해도 스카이록.카스카드.뉴에이지 등 10개에 이른다.
「라디오 프랑스」는 위성방송 TDF1로 클래식 음악을 쉬지 않고 종일 틀어주는 엑토르 채널을 가동하고 있고, RFI도 92년부터 DAB방식을 도입해 통신위성을 통해 세계 각지에 15개국어로 방송중이다.
DAB의 도입으로 각광받는 것은 자동차에 내장된 라디오.라디오를 통해 소리는 물론 텍스트.화상도 전송할 수 있다.날씨.여행정보.교통안내와 함께 방송되는 노래의 음반커버 사진과 가사도나타난다.자동차 안에서 라디오로 가라오케를 즐길 수도 있다 이것이 유토피아 같은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BMW의 최신형모델 시리즈7은 CD롬 판독기.위성채널과의 연결이 가능한 라디오를 장착했다.
2000년대에는 정보 기억장치와 데이터를 해석하는 PC카드만있으면 라디오를 통해 각 가정에서 소프트웨어.영화를 제공받게 될 것이다.DAB와 함께 정보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의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보인다. DAB의 등장은 곧 채널의 다변화를 의미한다.지난해 런던에서 여성 전용채널인 「무지카 비바」가 출범했다.일본에선 「배경음」이라는 제3의 라디오가 탄생됐다.이 채널은 공항이나 기차역에서 들을 수 있는 소음을 방송한다.애인과 함께 있 는 남편이 아내에게 전화를 걸 때 마치 공항이나 기차역 구내에 있는것처럼 보이도록 틀어놓기 위한 것이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몇몇 항공사에선 승객들에게 라디오방송은 물론 스포츠.증권 소식을 알려주는 자체 방송을 시작했다.물론 항공기 사고소식은 제외하고.
1896년 6월 이탈리아인 굴리엘모 마르코니(1874~1937)는 그가 발명한 라디오 전신체계로 영국정부로부터 최초의 특허를 얻어내는 데 성공하고 190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마르코니는 영국 통신장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3㎞ 떨어진 곳에 모스부호로 메시지를 보내는데 성공해 최초의 라디오방송국인 무선통신사를 설립했다.
원래 전화선이 닿지 않는 배와 육지를 연결하기 위해 개발된 라디오가 대중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의 매체로 급부상한 것은 1차대전 이후부터.2차대전까지만 하더라도 라디오 방송은 클래식 음악 일색이었다.
35년 에드윈 암스트롱이 FM을 발명했고 당시 군사목적으로 독일에서 개발된 테이프 레코딩으로 녹음기술에 혁신을 가져왔다.
테이프레코딩으로 편집이나 멀티트랙 녹음,고음질 재생,편리한 보관이 가능해졌고 구체음악과 전자음악이 탄생됐다.이제 라디오는DAB와 함께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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