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국에서 파는 아이폰 한국서 못 사는 까닭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0호 17면

미국과 일본·캐나다 등 세계 22개국 애플 매니어는 10일(현지시간) 밤을 뜬눈으로 보냈다. 3세대 휴대전화 단말기 아이폰을 사기 위해서다. 비록 한국에서 아이폰이 출시되지 않았지만 국내 애플 매니어의 관심은 뜨겁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아이폰 국내 판매 시기를 묻는 질문과 답변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 2위 이동통신회사인 KTF는 이런 소비자들의 열기를 감지하고 미 애플과 아이폰 출시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KTF가 언제 아이폰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휴대전화 단말기에 의무적으로 탑재하게 돼 있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운용체제·OS) ‘위피(WIPI)’ 때문이다. 애플 입장에선 그다지 큰 시장도 아닌 한국만을 위해 위피를 탑재한 아이폰을 제작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래서 일부 국내 애플 매니어는 의무 탑재 철폐 서명운동을 사이버 공간에서 벌였다.

위피는 2005년 4월부터 국내 출시되는 모든 휴대전화기에 의무적으로 탑재돼 왔다. 초기에는 위피의 공(功)이 부각됐지만 요즘은 부작용이 두드러져 보인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비용 부담이 늘었다. 위피를 탑재하려면 휴대전화기의 메모리 용량을 늘려야 하고 위피용 버튼도 추가로 달아야 한다. 이런 저런 직·간접 비용을 모두 합하면 대당 최소 5만원에서 최대 1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국내 시판 단말기 대부분이 고가 제품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음성통화만 되는 저가형 단말기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자녀들이 노령의 부모에게 사주는 ‘효도폰’에도 무선인터넷 기능이 들어가 있다. 효도폰 고객이 얼마나 자주 무선인터넷 버튼을 눌렀을지 궁금하다.

이런 부작용을 정부도 훤히 알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해 3월부터 찔끔찔끔 의무화 탑재 예외 조항을 도입해 왔다. 최근엔 위피 의무 탑재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시한은 제시하지 않았다. 위피 연관 업체들 눈치를 보느라 의무 탑재 조항을 조만간 없애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가 이처럼 우물쭈물하는 사이 쓰지도 않는 기능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소비자의 원성이 높아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더구나 지금은 한 푼도 아까운 불경기가 아닌가.



▶이번주
●15일 한국은행 6월 수출입물가 동향 발표 ●15일 미국 6월 소매판매 실적 발표 ●16일 재정부 6월 고용동향 발표
●16일 미국 6월 소비자 물가지수 발표 ●17일 재정부 장관 위기관리 대책회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