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연대 회의록 “MB 심판과 반미 결합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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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진보연대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의 문건은 이들 단체가 촛불시위를 기획, 주도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또 진보연대 등이 미국산 쇠고기 반대를 반정부 투쟁으로 연결시키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이들 단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뒤 컴퓨터 등에 들어 있는 내용을 분석해 왔다.

진보연대의 ‘집행정책조직 책임자 연석회의’(6월17일) 문건에는 대정부 투쟁을 위한 목표와 전술이 담겨 있다. 문건에는 “6·10 (대규모 집회) 이후 답보·정체 상태다. 다른 국면으로 전환시키려면 진보연대와 민노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미동맹 위기론을 활용, 적극 타격하는 게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과 반미 감정을 연계시키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회의록에는 “MB와 미국이 결정적인 실수를 한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2010년 지자체 선거 때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대안세력 잘 성숙시켜야 한다. MB 심판과 반미를 잘 결합해야 한다. 정책과 연계한 재신임 투표를 결정해 놓고 있다”고 돼 있다. ‘진보연대 안에 한·미동맹 모니터 팀을 구성해 반미 선전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언급도 등장한다.

이런 목표를 위해 과격시위를 부추기는 전술도 논의됐다. “출근 차량이 진입하는 시점에 전경들이 진압하므로 도시를 마비시키는 전술이 필요하지 않겠나” “컨테이너 위에서 깃발 흔들기 등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획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진보연대는 ‘다음 아고라’에 대응하는 팀을 만들자는 제안도 내놨다. 일부 참가자는 “아고라는 국내 프레임으로 투쟁을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미국·운동권 배제론을 유포하고 있다” “아고라가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면 인터넷팀을 짜서 대응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책회의가 5월 30일 작성한 긴급운영위원회 사업계획에는 ▶대학의 동맹휴업 ▶유모차 행진 ▶종교계 선언과 거리행진 ▶노동계 총력 투쟁 선포 등을 조직화하자고 돼 있다. 실제로 5일 서울대가 동맹휴업을 했고, 유모차 부대의 시위 참여가 계속됐다. 종교계의 참여도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진보연대가 촛불집회 이전부터 대중을 이용한 반정부 투쟁을 기획했고, 대책회의와 함께 불법 집회를 주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들이 계획한 대로 실제 시위가 진행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대책회의 주재준(진보연대 사무처장) 정책팀장, 강민욱(광운대 4년) 한국대학생연합회 의장을 시위 주도자로 선정해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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