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산골 보선이 통학길은 들꽃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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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들꽃 아이
글 임길택, 그림 김동성
길벗 어린이, 48쪽, 9천800원, 초등학생

산골마을과 탄광마을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을 동화로 풀어냈던 임길택 작가. 97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진솔하고 소박한 글은 남아 여전히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그 중에서도 그가 실제로 가르쳤던 ‘보선이’라는 아이를 모델로 썼던 『들꽃 아이』가 그림책으로 발간됐다. 서정적이고 포근한 그림으로 글에 날개를 달았다.

‘보선이’는 학교에서 여러 시간을 걸어야 당도하는 작은 산골마을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6학년 소녀다. 산을 넘고 숲길을 지나는 동안 보선이는 들꽃을 항상 꺾어와 선생님의 책상에 꽂아 놓는다. 붓꽃이며 진달래, 원추리 꽃 등, 보선이가 가져다 놓는 꽃은 종류도 다양하다. 도회지에서 부임해 온 선생님은 아이들과 함께 꽃의 이름을 배워가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겨울에 접어들고 큰 눈이 내리자 보선이는 학교에 오지 못하게 되고, 선생님은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된다.

줄거리만 보면 조금 심심할 수 있겠다. 그러나 책의 매력은 글과 그림의 어울림에서 살아난다. 그린이 김동성은 따스한 시선으로 애정 어린 묘사로 글에 생동감을 더했다. 흰 천이 덮인 교탁, 손때 묻은 나무 책걸상과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포스터까지 챙겨 그린 꼼꼼함도 돋보인다.

임길택 작가는 보선이의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지금 아이들이 보선이가 걸었던 길을 잃어버렸다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런 길을 잃었다는 것은 바로 우리의 꿈을 잃어버린 거나 같다고 본다”고 적었다. 하굣길에 마주하는 것이라곤 회색빌딩과 학원버스 뿐인 우리 아이들에게 꽃과 숲길로 가득한 이 그림책은 그 ‘꿈’을 되찾아 줄 수 있을 듯하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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