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강만수 장관 혼날 준비 해 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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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 뽑힌 당 지도부와 개각으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 2기 각료 간에 상견례를 겸한 고위당정협의회가 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한승수 국무총리(右)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9일 오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부와 한나라당의 고위 인사들이 만났다. 7·3 전당대회에서 뽑힌 당 지도부와 7·7 개각으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 2기 각료들 간에 상견례를 겸한 고위당정협의회였다.

▶한승수 총리=“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봉사정신과 각오로 국정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박희태 대표=“우리 앞에 경제 회복과 시국 수습이란 두 개의 큰 산이 가로막고 있다. 당과 정부가 합심해 한 삽 두 삽 퍼내는 노력을 하면 국민도 감동해서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두 사람의 덕담성 발언이 끝나자 당쪽 인사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6일과 18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장관 여러분이 진땀 흘릴 것”이라며 “(원세훈)행정안전부 장관도 준비 좀 해 주시고, (강만수)기획재정부 장관께서도 혼날 준비를 좀 해 주셔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정부를) 질책하는 일이 종종 있더라도 한국 정당정치를 복원하는 과정이니 이해해 달라”(공성진 최고위원) 는 지적도 나왔다.

쇠고기 파동으로 흔들리는 여권이 청와대-당-정부의 순으로 새 진용을 갖췄다. 당·정·청의 정비가 마무리되면서 당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민심을 읽는 데 실패한 만큼 한나라당마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현재의 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요즘 틈만 나면 “국민과 청와대 간의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 말대로 박 대표는 당내 화합을 위한 행보를 하는 건 물론이고 전직 대통령이나 종교계 인사 등을 두루 만나고 있다. 이날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를 찾아가 권오성 총무에게서 “당과 청와대, 촛불집회 대책위원회 간에 소통의 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원내대표-임태희 정책위의장 라인에 실린 힘도 여전하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부와 청와대의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당이 사전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 통제하는 그런 기능을 확실히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정책뿐 아니라 인사 발언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주도권은 이번 당·정·청의 인적 쇄신 과정에서 인재 공급처 역할을 한 데서도 드러난다.

맹형규·박형준 전 의원이 각각 정무수석과 홍보기획관에 임명돼 청와대로 가고, 전재희 의원이 정부(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 새로 들어갔다. 특히 여권에선 맹 수석과 박 기획관이 청와대 정무 기능을 되살려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맹 수석에게 끊임없이 연락한다”고 전했다. 맹 수석은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정무팀이 강하게 짜여져 일의 보람을 느낀다. 나는 그냥 얹혀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당 우위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전망은 엇갈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민심과의 소통 기능, 즉 정무 기능이 정상화될 경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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