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로 뽑힌 당 지도부와 개각으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 2기 각료 간에 상견례를 겸한 고위당정협의회가 9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한승수 국무총리(右)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한승수 총리=“오늘이 마지막이라는 봉사정신과 각오로 국정을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박희태 대표=“우리 앞에 경제 회복과 시국 수습이란 두 개의 큰 산이 가로막고 있다. 당과 정부가 합심해 한 삽 두 삽 퍼내는 노력을 하면 국민도 감동해서 우리를 도와줄 것이다.”
두 사람의 덕담성 발언이 끝나자 당쪽 인사들의 쓴소리가 쏟아졌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16일과 18일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장관 여러분이 진땀 흘릴 것”이라며 “(원세훈)행정안전부 장관도 준비 좀 해 주시고, (강만수)기획재정부 장관께서도 혼날 준비를 좀 해 주셔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정부를) 질책하는 일이 종종 있더라도 한국 정당정치를 복원하는 과정이니 이해해 달라”(공성진 최고위원) 는 지적도 나왔다.
쇠고기 파동으로 흔들리는 여권이 청와대-당-정부의 순으로 새 진용을 갖췄다. 당·정·청의 정비가 마무리되면서 당의 목소리가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민심을 읽는 데 실패한 만큼 한나라당마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현재의 위기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요즘 틈만 나면 “국민과 청와대 간의 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 말대로 박 대표는 당내 화합을 위한 행보를 하는 건 물론이고 전직 대통령이나 종교계 인사 등을 두루 만나고 있다. 이날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를 찾아가 권오성 총무에게서 “당과 청와대, 촛불집회 대책위원회 간에 소통의 장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당의 주도권은 이번 당·정·청의 인적 쇄신 과정에서 인재 공급처 역할을 한 데서도 드러난다.
맹형규·박형준 전 의원이 각각 정무수석과 홍보기획관에 임명돼 청와대로 가고, 전재희 의원이 정부(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 새로 들어갔다. 특히 여권에선 맹 수석과 박 기획관이 청와대 정무 기능을 되살려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 등이 맹 수석에게 끊임없이 연락한다”고 전했다. 맹 수석은 “어깨가 무겁다”면서도 “정무팀이 강하게 짜여져 일의 보람을 느낀다. 나는 그냥 얹혀 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같은 당 우위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까. 전망은 엇갈린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민심과의 소통 기능, 즉 정무 기능이 정상화될 경우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 제 역할을 되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고정애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