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직무정지] "총선 후 통합의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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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뒤 북악산을 등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이번 총선이 끝나면 과거처럼 사생결단식 대결정치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국민의 뜻과 정서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통합의 정치가 시도되고 성공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1일로 직무정지 한달째를 맞은 盧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뒤편의 북악산 산행에 나서 이렇게 말했다.

盧대통령은 "지난 1년간 여야.대통령.정당.국민 모두가 정말 큰 혼란과 갈등.대립을 겪고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나는 그것이 새로운 질서를 태동시키기 위한 진통의 과정이라고 본다"면서 이렇게 전망했다.

盧대통령은 그러나 "대통령이나 정당의 지도자 몇몇이 (총선 뒤의) 이런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시대의 큰 흐름이 협력과 상생, 대화 정치의 방향으로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특히 "이제 좌우 이념의 문제는 점차 이론적으로 수렴이 되어 간다"면서 "지금은 좌우 이념의 대결에서 피라미드와 네트워크형 지배구조, 폐쇄와 개방, 수직과 수평의 경쟁 시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 뒤 행보와 관련, 盧대통령은 "지금 나는 법적인 연금 상태며 총선 때문에 정치적 연금까지 되어 있다"면서 "총선이 지나면 조금은 숨쉬기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총선 이후엔) 법적인 대통령의 직무 이외에 필요한 의견을 수렴한다든지 비공식적 토론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두개의 해금이 있어야 조금씩 숨통이 열릴 것 같다"고 말했다. 진달래가 화사한 산 어귀에서 盧대통령은 "바깥도 침침하면 느낌이 덜할 텐데 봄이 오고 꽃이 활짝 피니까 어두운 심경과 좀 대비가 된다"고 최근 심경을 토로했다.

盧대통령은 "한 비서관이 그걸 '춘래불사춘'이라고 하더라"면서 "나는 봄을 맞이하려면 심판을 두개 거쳐야 하니 요새 재판을 앞둔 피고인 심정"이라고 말했다.

盧대통령은 이어 "거역할 수 없는 계절의 변화를 보면서 우리가 부질없는 일에 매달려 너무 아옹다옹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역사에도 섭리가 있어 몇 사람이 애쓰고 바둥바둥댄다고 큰 흐름이 그렇게 금방 바뀌겠느냐는 생각도 들곤 한다"고 말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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