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0일 상영되는 타르코프스키의 "노스탤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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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금세기 최고의「영화작가」로 꼽히는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1932~86)의 『노스탤지어』가 10일 예술영화전용관 동숭시네마텍에서 개봉된다.타르코프스키의 작품이 일반개봉되기는 지난해 『희생』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노스탤 지어』는 유작인 『희생』보다 3년앞선 83년 칸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등 3개부문을 수상했다.
24년간의 감독생활중 7편의 작품을 남긴 타르코프스키에게 이영화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그는 일관된 주제를 향해 빛처럼 직진하는 연출스타일로 유명하다.거기에는 어떤 감정의 외도도 찾아보기 어렵다.그러나 처음으로 조국을 떠나 해외에 서 만든 영화『노스탤지어』에서 그는 좀 다른 면모를 보인다.고향과 가족에 대한 향수병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드러낸다.그래서이 영화는 타르코프스키란 사람의 일상적 면모를 엿볼수 있는 유일한 작품으로 꼽힌다.
영화는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고르차코프(올레그 얀코프스키)가이탈리아로 망명한 18세기 농노출신의 음악가 시노프스키의 일생을 추적하기 위해 이탈리아를 방문하면서 시작된다.시노프스키는 이탈리아에서 대단한 음악적 성공을 거두고도 결국 향수 때문에 러시아로 돌아가 노예생활하다 자살한 인물.그의 뒤를 쫓는 고르차코프 역시 조국에 대한 향수로 심한 우울증에 빠진다.
이름에서 암시되듯 두 인물은 타르코프스키의 분신이다.시노프스키가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이탈리아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현실의 자신이라면 안드레이는 타르코프스키가 꿈꾸는 삶의 이미지라 할 수 있다.타르코프스키의 영화는 늘 이 두 지점사이에놓여 있었고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쪽으로 결론을 이끌어왔다.『노스탤지어』에서도 마찬가지다.
고르차코프는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겠다며 『영혼을 백지처럼 만들라』는 말을 남기고 분신한 노인 도메니코(얼랜드 요셉슨)에 자극받아 자신도 하나의 촛불을 밝히고 영혼의 안식을 얻는다.이순간 러시아 고향집의 정경이 클로즈업되면서 고향 에 대한 향수는 단숨에 구원에 대한 갈망으로 확장된다.
「인간은 구원될 수 있는가」.영화를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도구로 대접했던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7편은 거대한 이 한문장으로 압축된다.일곱편의 시집,7백편의 시가 부록으로 붙어 있는 한문장.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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