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대 수시 논술 답안 작성 이렇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고려대 “고정관념을 반성적으로 성찰해야”

고려대는 지난 5월 2009학년도 인문계 모의 논술고사에서 논제 3개를 제시했다. 논제Ⅰ은 제시문 요약을, 논제Ⅱ는 제시문 간 비교를 통한 전체 이해를, 논제Ⅲ은 자료 분석·응용 및 자기 논리 전개를 각각 주문했다.

장영수(법대)교수는 제시문을 이해하고 답안 작성하는 데는 논지 파악이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제시문은 평소 어렴풋한 사건에 대한 명확한 주장이나, 일상 현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은 글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글을 대할 때 고정관념을 반성하는 사고를 해야 논지 파악은 물론 답안 작성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글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선입견 없이 받아들여야 논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며 “문맥을 이해할 땐 관계 짓기로 제시문 간의 연관성과 핵심 요소들의 상관성을 파악하라”고 설명했다.

요약 답안의 점수를 잘 받으려면 핵심 논지 2~3줄로 끝내기보다 몇 개의 핵심어를 중심으로 각 제시문의 논거들을 풀어내는 것이 좋다. 장 교수는 “요약할 때는 핵심 어휘를 추출해 하나의 완성된 글로 작성하되 논리성과 완결성을 갖춰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판단·추리력을 측정하는 논제Ⅱ는 제시문 간 주장을 비교해 논지를 파악하고, 주제에 대한 자기 입장을 논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답을 쓰려면 각 제시문의 논지를 비교·검토한 뒤 이를 자신의 생각과 연결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공통 주제라는 큰 틀 안에서 제시문들 간 관계 유형(보완·대립·원칙과 예외)을 언급하며 각 논지들을 밝히는 게 좋다.

논제Ⅲ은 사회과학적 분석력을 평가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수학적 논리력을 측정하는 게 출제 목적이다. 장 교수는 “논제Ⅲ은 수식 계산이 아니라 어떤 수학적 논리를 활용해야 제시문 속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풀린다”며 “답안을 쓸 때는 문제 해결의 단초들을 연계사슬처럼 순차적으로 제시하며 쓰라”고 조언했다.

그는 “올해 수시 논술 문제는 이번 모의고사의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라며 “통합교과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논술에서는 자기 주장을 전개할 때 다양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연세대 “제시문 속에 답안 작성의 지름길 있다”

연세대는 인문·사회교과 통합, 수리·통계자료, 과학 관련 제시문 등으로 구성된 지난 3월 모의 논술고사를 통해 독해·표현·논증·창의 4개 능력을 평가했다.

김동노(사회학과) 교수는 독해력 측정 논제에서는 각 제시문의 주제와 전체 공통 주제 파악이, 표현력 논제에선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문장·문단 구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분석·비교·주장을 요구하는 논증력 논제에선 자기 주장을 논리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 인용·예시 등을 통해 경험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지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감점 요소로 ^논제와 상관이 적은 자기 주장 ^양비양시론(兩非兩是論) ^장문의 서론과 결론 ^복잡한 문장·문단 ^지나친 제시문 인용 등 5가지를 지적했다. 이 가운데 가장 잦은 것으로 첫째 요소를 꼽았다.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기보다 그와 유사한 주제에 맞춰 미리 암기해 온 배경 지식을 열거하는 데 몰두하는 학생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는 “논제 요구에 맞춰 제시문을 읽으면 그 속에서 답안 작성에 필요한 내용과 형식을 얻을 수 있다”며 “핵심 어휘·공통 주제·각 논지를 추출해 이를 근거로 자신의 생각을 융합하는 능력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제시문 비판에 몰두하면 자기 논리에 빠져 자기 주장이 없는 양비양시론이 되는 답안도 많다고 지적한다. A와 B 중 한 주장을 선택해 ‘나는 그 주장이 왜 옳다고 판단했는지’ 채점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데 집중해야 자기 논지를 일관되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논지 파악을 요구하는 논제에 대해 각 제시문의 핵심 문장을 인용·열거하는 답안도 경계했다. 그는 “각 제시문의 핵심어들을 잡아 이를 자기 언어로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은 답안”이라며 “서론·결론은 빼고 논제가 원하는 내용으로 본론부터 쓰되 단문으로 작성하는 게 좋다”고 권장했다.

제시문 공부와 관련해선 시사보다 고전 작품 읽기를 권했다. 교과 주제를 잘 담고 있는 고전이 연세대가 제시문을 뽑는 단골 출처라는 것이다. 그는 “예상 지문들을 따로 뽑아 읽기보다는 논제의 요구에 맞게 제시문을 분석한 뒤 교과 지식과 독창적인 자기 생각을 연결해 표현하는 훈련이 수시 논술의 가장 좋은 대비법”이라고 덧붙였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안윤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